지지를 부탁한 후보자가 '둘 중의 한 명'이라고 하더라도 후보자를 특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유해용)는 경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특정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돈 봉투를 돌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슈퍼마켓 운영자 A(49)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항소심에서 공소사실 중 '불상의 후보자'를 '기호 5번 또는 기호 6번 후보자'로 변경해 다시 신청한 만큼 심판 대상이 한정됐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공소 사실이 특정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구고법 관계자는 "이는 지지하는 특정 후보자가 반드시 한 명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특정 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의 당선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이는 유'무죄에 대한 판결이 아니고, 다시 1심으로 가서 유'무죄를 판단하라는 의미의 판결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 경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운영하는 경산의 한 슈퍼마켓에 찾아온 손님에게 "5번인가, 6번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며 특정되지 않은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1만원권 한 장이 든 봉투 2개를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의 '당선되게 할 목적'은 특정 후보자를 위한 행위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할 땐 피고인이 어떤 후보자를 당선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 특정해 공소 사실을 기재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목적의 기재가 없는 공소장은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사실을 특정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돼 이 공소는 무효"라며 공소를 기각했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했고, 이 과정에서 '불상의 후보자'를 '기호 5번 또는 기호 6번 후보자'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