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식재산 보호의 폐해

"만약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발명되던 시기의 사람들이 특허권이 어떻게 부여되는지 이해하고, 특허를 획득했다면 오늘날 소프트웨어 산업은 완전한 답보 상태에 머물렀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의 말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1994년 이후 MS의 가장 큰 기술 혁신으로 꼽히는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다.

웹브라우저의 발명자는 MS가 아니라 창조적 경쟁 회사들로 이뤄진 소규모 단체였다. MS는 이들에게서 아이디어와 기본 코드를 획득했을 뿐이다. 첫 출시된 대중적 브라우저도 1995년 8월에 나온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이 아니라 1993년 3월 공개된 미국 국립슈퍼컴퓨터응용연구소(NCSA)의 모자이크(Mosaic)였다. 만약 이를 만든 이들이 웹브라우저에 특허 신청을 했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엄청난 성장 지체를 겪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은 지식재산에 대한 '해적질'이 모태다. 20세기 초 에디슨영화제작사를 포함한 영화 및 영화 장비 생산 기업들은 연합을 형성해 모든 영화 제작사와 배급업자, 극장주에게 라이선스 수수료를 요구했다. 이를 거부한 영화 제작사들은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대거 옮겨갔다. 이곳은 에디슨 회사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발명'을 표절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특허를 보호하는 법은 있었다. 하지만 특허권 보호 기간은 17년으로 비교적 짧아서 연방보안관이 관련 법률을 들고 할리우드에 나타났을 때 특허는 만료됐고 할리우드는 번창 일로에 들어서 있었다. 결국 에디슨의 지적 재산을 훔친 행위가 미국의 영화 산업을 키운 것이다. 이런 사실들은 지식재산 보호가 그 소유자의 배만 불릴 뿐 사회 전체의 혁신과 후생(厚生)의 증진에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이 삼성과의 특허 침해 손해배상 소송 1심 공판에서 '애국심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애플 측 변호인은 "내가 어렸을 적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TV를 봤다. 그러나 미국 TV 제조사들은 지금은 없어졌다"며 재판 내내 배심원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했다고 한다. 혁신의 대명사 애플이 경쟁사를 누르기 위해 동원한 무기가 고작 애국심이라니 애플답지 않다. 그 '찌질함'에서 혁신을 세계 모든 사람과 공유하지 않겠다는, 곧 지식재산을 내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탐욕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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