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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들을 어떻게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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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축산농 신화 경주 이강석씨, 5년새 송아지값 30넘게 폭락…사료

'한우를 평정하겠다'며 8년 전 한우 사육에 뛰어든 경주시 안강읍 현대농장 이강석(43) 씨가 소값 하락 장기화를 견디다 못해 끝내 폐업 신청을 한 가운데 25일 소 사료를 주며 시름에 잠겨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개월 전 한우 사육 폐업을 신청한 경주시 안강읍 사방리 현대농장 이강석(43) 씨. 그는 8년 전부터 1만3천여㎡(약 4천 평)의 축사에서 한우사육을 시작해 현재 167마리를 키우고 있는 대농이다. 그의 농장 규모로 봤을 때 적정 사육 두수는 100마리이지만 소값이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이만큼 불어났다. 이 씨는 한'미 FTA에 따른 쇠고기 수입증가, 소값 하락, 사료값 인상 등 3중고에 시달리는 한우농가들의 증빙자료처럼 돼 있다.

금융계 직장생활을 접고 30대에 한우사육에 뛰어들 무렵 이 씨는 '한옥' '한식'처럼 '한우'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세계화 시대라지만 한우만큼은 무너지지 않을 거란 확신에서였다.

이 씨는 '10년 안에 한우를 평정하겠노라'는 결심을 다지며 한우 품종개량에 나섰다. 축사에 냄새를 제거하는 청정환경과 함께 직접 인공수정하는 기술도 배웠다. 지난해에는 수정란 이식을 통한 우량 송아지 생산기술을 확보해 올해 초 5마리의 고품질 송아지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신이 키운 소는 시세보다 값을 20% 더 쳐줘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 씨는 꿈을 접기로 했다. 4년 전부터 계속된 소값 하락에 빚만 자꾸 늘자 끝내 폐업을 신청하게 된 것. 이 씨는 "5년 전 7개월짜리 암송아지가 350만원 선이던 것이 지금은 평균 135만원 선으로 떨어져 더 이상 비싼 사료를 먹이며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우사육에 지금까지 10억원 이상 투자했다는 이 씨는 "폐업 신청이 받아들여져 소를 모두 처분하고 지원금을 받아 정산하더라도 빚이 남는 실정"이라고 했다. '적자폐업'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비전이 보이지 않기 때문'.

한우농가 피해를 줄이고 사육두수를 줄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하고 있는 폐업지원사업에는 전국 한우농가의 11.2%가 폐업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경북지역이 2천900여 농가로 가장 많다. 폐업농가는 향후 5년간 소를 키우지 않는 조건으로 마리당 수소는 81만1천원, 암소는 89만9천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농식품부는 11월 중에 폐업지원 대상자를 최종 결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폐업 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씨는 "소값 하락으로 한우사육 농가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지만 정부 대책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글'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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