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야에 정치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다

예상했던 대로 국회는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다. 11년 연속 위헌이다. 허구한 날 싸움질로 시간을 죽인 결과다. 그럼에도 여든 야든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다.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작태다. 후안(厚顔)도 이런 후안이 없고 무치(無恥)도 이런 무치가 없다. 그래서 "왜 우리 헌법에는 국회해산 제도가 없느냐"는 김황식 전 총리의 탄식은 국민 모두의 탄식이기도 하다.

여야는 어떻게든 준예산 편성은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야 모두 공멸(共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안에 예산안을 처리한다 해도 부실 심사는 불가피하다. 슈퍼맨이 아닌 다음에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357조 원이나 되는 돈의 쓰임새를 철저히 따져 바른 용도에 바르게 쓸 수 있도록 심사할 수는 없다.

더 어이없는 것은 예산안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에 민주당이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특검을 수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발상이다. 정치는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예산안이 바로 그런 것이다. 나라 살림과 민생에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특검이고 예산안은 예산안이다. 새누리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이런 여야의 행태를 보면서 과연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인지 국민이 정치권을 위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에게 끊임없이 비용을 청구한다. 그러나 국민에게 돌려주는 수익은 전혀 없다. 그러는 사이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꼬여가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문제는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정치권이 이를 풀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비극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