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사는 이주민들, 대구를 렌즈에…

별다를 것 없는 풍경, 색다르게 포착해낸 '속살'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골목길' '조명이 꺼지고 난 뒤 골목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함'아름다움' '평범한 골목에도 한국만의 멋이 녹아있어' '친절함, 따뜻함' '형형색색의 원단이 인상적인 서문시장'.

대구의 5인 5색. 5명의 이주민이 카메라 렌즈에 담은 대구는 5가지 모습이었다.

낯선 생활공간 대구에서 펼쳐지는 이주민의 이야기가 한 장의 사진에 담겼다. 대구 YMCA는 4일부터 10일까지 대구 현대백화점 대구점 9층 갤러리에서 '이주민들의 시선으로 본 컬러풀 대구이야기' 사진전을 연다.

참여 사진작가는 대구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 주한미군 가족, 결혼 이주여성, 다문화가정 자녀 등 5명이다. 이들은 올 8월부터 지난달까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대구 구석구석을 다니며 대구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이주민의 카메라에 비친 대구는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았다. 빗자루, 골목, 에어컨 실외기, 전통시장, 버스정류장 등. 모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사진전에 참여한 이주민들은 "대구의 유명 관광지, 도심의 화려함보다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것들에서 대구만의 특색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대구의 색깔은 대구 시민들과 이들이 어울리는 생활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했다.

◆따스함 느껴지는 골목

이들이 담아낸 대구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골목이다. 하지만 각자가 골목에 대해 가지는 인상은 조금씩 다르다. 영어학원 강사인 빅토리아 엔더슨(Victoria Anderson'43'여) 씨의 사진에 담긴 골목은 좁고 어두우며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대구 모습으로 골목길을 꼽았다. 엔더슨 씨는 "골목은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좁다란 길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미로와 같아 호기심이 생기는 한편 무서워서 선뜻 들어가기 어렵다"며 "하지만 대구는 골목을 나오고 나면 따스하게 나를 반겨주는 장소가 나올 것 같아 골목에 들어가 모험을 즐길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군무원인 엔트원 맥스웰(Antwon Maxwell'31) 씨는 흑백으로 된 골목으로 대구를 표현했다. 맥스웰 씨는 "대구에 오는 외국인들은 대개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도심을 대구 전부라고 생각한다. 조명이 꺼지고 난 뒤 골목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함과 아름다움을 외국인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정겨운 대구 사람들

반면 주한미군 가족인 샬리샤 바이노(Shalisha Bynoe'28'여) 씨는 골목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했다. 골목뿐만 아니라 바이노 씨의 사진은 대부분 화려하다. 오색 빛깔의 전통문화를 사진에 담았기 때문이다. 바이노 씨는 "소품 하나하나에 한국 전통문화가 느껴지는 것이 신기하다. 평범한 골목에도 한국만의 멋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주민이 말하는 또 하나의 대구는 '정겨운 사람들'이다. 다문화가정 자녀인 이경화(21'여) 씨는 대구를 '노란색'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유년시절을 대구에서, 학창시절은 싱가포르에서 보냈다. 옛 추억이 녹아있는 대구는 이 씨에게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이 씨는 "대구에 오면 싱가포르와 다른 지역에서는 알 수 없었던 친절함, 따뜻함이 느껴진다. 정(情)이 오간 것들을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결혼이주여성인 타나카 에렌(Tanaka Ellen'37'여) 씨는 서문시장 원단매장 사람들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상점마다 다르게 진열된 형형색색의 천들, 활기찬 모습으로 일하는 사람들. 타나카 씨는 "처음 서문시장에 발을 내디뎠을 때는 무질서해 보였고, 사람들의 표정이 무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들만의 질서와 열정, 생동감, 따뜻함이 보였다"며 "서문시장은 내가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가장 대구다운 장소다"고 했다.

구은정 대구 YMCA 사회교육부 외국인지원부서 팀장은 "이주민의 시선을 통해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대구의 다양한 색깔과 아름다운 풍경을 지역민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회가 이주민들과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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