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창수'(감독 이덕희)로 관객을 찾은 배우 임창정(40). 지난해 영화 '공모자들'에 이어 이번에도 그리 많지 않은 제작비(약 11억원)가 든 작품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흥행성 면에서는 아쉽긴 하지만(3일 영진위 기준 28만여 명 관람), 임창정의 팬들에게 "임창정의 연기는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너무 빤한 칭찬이라고 생각한 걸까? 이번에도 믿고 볼 만큼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에 그는 좋은지 아닌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우문에 현답을 내놓는다. "연기를 얼마나,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가요? 노래 순위 매기는 것도 솔직히 웃겨요. 그래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니 좋긴 하지만…."
임창정은 이어 "그냥 다들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과거의 기억 한 토막을 전했다. "어떤 선배가 있었는데 다른 선배들이 그분 보고 연기를 못한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분이 잘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까지도 열심히 잘 활동하고 계세요. 왜 그럴 수 있었을까요? 그분이 자신의 감정으로 그 인물을 100% 표현해서 사랑받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게 100점의 연기죠. 연기자가 대중의 평가를 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연기자 대부분은 극 중 인물의 감정 100%를 보이도록 노력한다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창수' 온전히 2년 걸려 만들어 울컥한 느낌
100%를 보이는 연기라…. 언뜻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창수' 속 임창정을 보고 있으면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수긍이 간다. '창수'는 내일에 대한 희망 없이 남의 징역 대행 일을 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슬프지만 우직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임창정은 실제 창수의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초등학교 때인가? 동네에 창수 같은 형이 있었어요. 진짜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죠. 누가 봐도 동네 바보였는데 말이에요. 안짱다리에 멋있는 척하고, 실제 건달도 아닌데 혼자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실제 건달들은 그냥 그 형을 무시하고 상대를 안 해주는 건데, 자기가 뭔가 되니깐 그러는 거라고 착각했어요. 허세와 허풍이 심하다고 할까요? 그 모습을 떠올렸죠."(웃음)
임창정은 창수가 자신은 물론 세상 많은 남자와 비슷하고, 또 그들을 대변한 것 같다고 짚었다. "남자들은 세상을 살면서, 분노하고 폭발하고 싶은 심정들을 참고 살지 않나요? 잘났든 못났든 허세도 있고, 허풍도 있어요. 극 중 '나는 내가 태어날 때도 마음대로 못 태어났는데 죽을 때는 내 마음대로 해야겠다'는 창수의 대사가 있어요. 보통 남자들이 하지 못하는 걸 창수는 해보는 거예요."
임창정은 '창수'를 향한 애정이 크다. 지난해 '공모자들'로 이전 작품들과 달리 웃음기를 싹 뺀 연기를 선보였는데 사실 '창수'가 먼저였다. 개봉이 미뤄지다 보니 '공모자들'보다 늦게 관객을 찾게 된 것뿐이다. 그는 '창수'에 참여하며 출연료 25%만 받았는데도 열과 성을 다했다. 임창정뿐 아니라 모든 제작진과 스태프가 그랬다.
그는 "창수는 후진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2년 동안 만든 느낌이라 울컥하다"며 "특유의 색깔과 미덕이 있는 영화다. 부산영화제 상영 때와는 편집이 조금 달라져 아쉬움이 있지만 무게도 있고 여운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언론시사회 때 개봉을 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바 있다.
임창정은 앞서 가수에서 은퇴한다고 한 적이 있으나 지난 2009년 이를 번복, '나란 놈이란'과 '문을 여시오' 등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얘기했지만 DJ DOC의 김창렬이 "노래를 못 하는 나이가 되면 후회할 것이다.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서비스라도 하는 게 좋다"는 말에 돌아오게 됐다. 다행히 그의 판단은 성공했다.
판단이 성공해 좋은 게 아니라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 즐거워해 더 좋다. 요즘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방송활동은 영화 홍보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창정은 "일하고 바쁜 삶을 사는 게 좋다"고 웃었다.
##앨범'콘서트'드라마…부름 받는 곳 많아 기뻐
"(안 좋은 일을 포함해) 요즘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의식적으로 그냥 웃었어요. 바쁘니깐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즐기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도 '이제 끝났구나!' 했던 마음이 '벌써 끝났구나.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지난 4월 이혼의 아픔을 겪기도 한 임창정. 20여 년 연예계 생활을 하며 꽤 많은 재산과 인맥을 형성했을 것 같아 사업이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계로 돌아온 것일까?
임창정은 "대중의 관심이나 시선을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런 것을 견디지 못하고 이 일을 할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우리가 일이 계속 들어오는 건 아니다. 한 해 쉬면 수입이 없다. 물론 아버지에게 경기도 이천에 건물도 사드리고 했지만, 돈이 없다고 그걸 팔아 쓸 순 없지 않나"라며 "사업 같은 경우도 미래 구상안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도 내비쳤다. "아빠니깐 아이들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건 당연한 거죠. 예전에는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기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요."(웃음)
임창정은 내년 정규 앨범을 낸다. 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다. 새 영화와 드라마 촬영도 예정돼 있다. "부름을 받아 쓰이는 게 좋아요. 제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오지 않았으면 누가 저를 찾을까요? 이번에는 또 어디에 쓰일지 궁금해요.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웃으니깐 마음이 편해져요. 계속해서 웃으려고 합니다. 웃으면 기분 좋아지잖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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