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양의 Food 다이어리] 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

고등학교 시절 매점 앞 자동판매기의 커피가격은 50원. 고3이 되어서 커피, 프림, 설탕이 적절히 배합된 커피맛을 알게 되었다. 여고시절 내 짝꿍은 하루에 매점 앞의 자판기 커피를 서너 잔은 마셨다. 그 친구가 마시는 커피향의 유혹 때문에 몇 번 자판기 커피를 마셔보았다. 입안은 커피향으로 향긋하고, 달고 맛있었지만, 먹고 나서 속이 불편해서 커피 마시기를 그만두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커피를 마셔댔다. 중간에 한 강좌가 비는 시간이면 그 넓은 캠퍼스를 걸어서 학교 앞 레스토랑까지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그 시절만 해도 대학교 캠퍼스 안에는 커피전문점이 없었다.

자판기 믹스커피를 마시든지, 조금 분위기를 잡으려면 '파트3' '알타미라' '몽돌' 이 세 곳 중 한 곳을 선택하였다. 요즘의 카페인테리어와 비교해 보면 참 어두침침한 분위기였다. 커피의 색깔이 갈색이었는지, 고동색이었는지, 아니면 검은색이었는지 분간이 힘들 정도였으니까. 차분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어둑한 분위기, 친구들이 있다면 커피맛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던 청춘시절에는 서너 시간이 커피 한 잔과 금세 지나갔다.

사람과의 대화를 잘 하게 만들어 주는 음료로 커피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맛 때문일까, 향 때문일까? 인스턴트 원두를 커피잔 위에 걸쳐놓고, 주전자의 물로 따라 부어 마시는 커피, 처음으로 나에게 가장 근사한 커피였다. 미국산 쿠키 하나가 함께 딸려 나온 커피 한 잔의 가격은 4천원, 그 당시 커피가격으로 최고가를 제시했던 앞산의 '르네상스' 레스토랑. 눈 오는 겨울날 넓은 창가에서 앉아서 앞산의 설경을 바라보면서 마셨던 그 커피 한잔은 참으로 낭만적이었다.

이탈리아의 뜨레비 분수 근처의 2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어느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오랜 역사와 중후한 인테리어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 맛이 매우 우아했었던 것 같다. 뉴욕 여행길에 뉴요커 흉내를 내어 보고 싶어서 테이크아웃으로 마셨던 스타벅스 커피는 보리차처럼 연하고 구수한 맛이 났다.

일본에서 다양하게 경험한 커피는 필자의 입에는 너무나 쓰고 탄 맛이 강하게 나서 항상 라떼를 마셨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잠시 매점에 나와서 마신 커피는 항상 '우유상점의 커피'라는 타이틀의 커피였다.

인스턴트 커피부터 에스프레소머신 커피, 캡슐 커피, 핸드드립 커피, 융드립 커피, 사이폰 커피, 그리고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더치 커피까지 참으로 다양한 스타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7, 8년 전에는 새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신혼살림을 시작할 때 커피머신을 집에 들여놓는 것이 유행이었다. 커피머신을 들여놓고 친구들이 집에 방문하게 되면 카페처럼 원하는 커피를 서빙하였다. 요즘은 조금 더 간단한 캡슐커피머신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커피맛에 민감한 커피 마니아들은 핸드드립을 고집한다. 몇 년씩 커피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졌다. 창문에 서리가 끼어 겨울 아침 분위기가 낭만적이다. 몇 년 전 캠핑카를 타고 겨울여행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이 더치 커피가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요즘 필자는 더치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더치 커피는 밍밍한 맛이 나서 즐기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다시 찾게 되었다. 여러 가지 원두를 블랜딩하여 독자적인 더치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늘었다. 패키지도 다양하다. 작은 용량부터 와인병에 담은 것도 있다. 물을 끓여서 원하는 농도만큼 희석해서 마시면 된다. 유통기한도 길다. 외출 시에도 원두커피가 간절히 그리울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앰플 한 병을 꼭 챙긴다.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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