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품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기업'
경산시에 있는 씨엠티가 만드는 제품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절삭공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주요 부품이다. 작지만 중요한 제품처럼 씨엠티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회사다.
◆틈새 제품에 도전
2002년 9월 설립된 씨엠티는 절삭공구에 필요한 소모성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초기에는 스크루(나사 종류)를 생산했다. 절삭공구에 들어가는 스크루는 일반적인 십자나 일자 나사와는 다른 제품. 이 때문에 씨엠티는 이를 생산하기 위해 오랜시간 동안 개발에 매진했다.
남재윤 대표는 "스크루는 소모성 부품이지만 절삭공구가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데 꼭 필요하다"며 "그만큼 중요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절삭공구의 몸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생산하는 것보다 소모성 부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대부분 절삭공구 생산업체가 소모성 부품은 직접 생산하기보다 외부에서 구입하거나 수입품을 이용했다.
남 대표는 "우리나라의 절삭공구 품질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다"며 "그런데도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절삭공구의 소모성 부품 시장이 국내에서만 5천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을 내리고 직접 소모성 부품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2001년 회사 설립 전에 소모성 부품 중 하나인 스크루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남 대표는 정부의 기술혁신개발과제를 신청, 혼자서 시제품까지 만들어냈다. 평가기관으로부터 성공판정을 받으면서 씨엠티가 탄생했고, 첫 번째 소모성 품목인 스크루가 생산됐다.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씨엠티가 스크루를 개발했지만 당장 회사가 빛을 발한 것은 아니다. 안정화까지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했던 것. 회사 관계자는 "스크루가 한두 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절삭공구에 따라 수천 가지 이상이 된다"며 "개별로 금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바이어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만큼의 스크루 금형 확보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스크루 하나만으로 소모성 부품 회사로 거듭나기는 어렵다고 판단, 설립 1년 뒤부터 스크루 외 다른 품목들을 계속 연구 개발해냈다. 특히 스크루를 죄고 풀 때 사용하는 렌치(일종의 드라이버)도 개발, 필요한 제품군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많은 품목 중에서도 씨엠티의 주된 강점은 스크루다. 남 대표는 "1년간 스크루 개발과 생산에만 매진한 덕분에 우리는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되는 제조방식을 만들어 냈다"며 "이 방법이 스크루의 경도를 올리고 제품의 하자를 없앤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엑스트리트먼트'(X-Treatment)라 불리는 열처리 방식을 통해 스크루를 생산, 마모가 없으며 조이고 푸는 데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시중에 내놨다.
남 대표는 "엑스트리트먼트 작업에 대한 수치를 데이터화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스크루 외부 경도 두께를 조절할 수 있다"며 "이 작업을 위해 우리는 특수 제작한 설비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력 덕분에 회사의 제품은 글로벌 기업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대기업과 주요기업에서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 대표는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은 저렴하고 수출입 업무에 부담이 적다"며 "또 납기를 잘 맞춰주니 어느 누가 우리 제품을 마다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회사는 주문 수량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원하는 양만큼 생산해 판매하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계속해서 찾고 있다.
◆연구 열정의 회사
회사가 짧은 역사에도 글로벌 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제품을 위한 연구개발에 열정을 쏟기 때문이다. 회사의 설립이 수입품을 대체하는 제품 개발에서 시작된 것처럼 씨엠티는 지금까지 매출의 30% 가까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1명의 직원 중 6명이 연구원일 정도로 개발에 몰두한다. 수만 가지에 달하는 절삭공구 소모성 부품 중 상당 부분 품목을 씨엠티가 자체적으로 개발 완료할 수 있었던 것도 연구에 대한 지원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크루의 경우 금형비가 많이 든다"며 "지금까지 금형비에만 7억원이 들어갔을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씨엠티는 일부 업체가 부품 개발을 의뢰해오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 남 대표는 "다른 업체들이 두세 달이 걸리는 제품 개발을 우리는 한 달 만에 해결할 수 있다"며 "스피드는 물론 원하는 품질까지도 끌어올리는 데에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덕분이다"고 말했다.
연구와 함께 바이어 발굴과 트렌드 파악에도 항상 앞장선다. 세계 4대 절삭공구 전시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제품을 알리고 트렌드를 파악해 연구 개발에도 반영하고 있는 것.
남 대표는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였다"며 "노력 없이 수출이 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씨엠티는 앞으로 '안전'을 생각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했다. 남 대표는 "우리 부품에 하자가 생기면 절삭공구가 작동 중에 부러질 수 있고 근로자가 다칠 수도 있다"며 "제대로 된 제품을 판매해 작업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또 "안전하고 품질이 좋으면 그만큼 생산성도 올라갈 수 있으니 모두 윈-윈하는 길이 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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