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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동막리 161번지 양철집-함민복(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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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그 집에 사내가 산다

어제 사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오늘은 내리는 눈을 보았다

사내는 개를 기른다

개는 외로움을 컹컹 달래준다

사내와 개는 같은 밥을 따로 먹는다

개는 쇠줄에 묶여 있고

사내는 전화기줄에 묶여 있다

사내가 전화기줄에 당겨져 외출하면

개는 쇠줄을 풀고 사내 생각에 매인다

집은 기다림

개의 기다림이 집을 지킨다

고드름 끝에 달이 맺히고

추척,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에 개가 찬 귀를 세운다

전화기 속 세상을 떠돌다 온 사내가 놀란다

기다림에 지친 개가 제 밥을 놓아

새를 기르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제

바다가 보이는 그 집의 주인은 사내가 아니다

-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 2013)

요즘 가장 불온한 말을 들라면 같이, 함께, 더불어, 따위다. 겉으로는 같이 살자고, 함께 가자고, 더불어 누리자고, 이런 따위 말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도처에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있는 쪽이 이 말 하면 나팔이고 없는 쪽이 이 말 하면 재갈이다.

가난한 시인은 개와 같은 밥을 먹는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개는 새와 함께 같은 밥을 먹는다. 돌아온 주인은 선선히 자리를 내어주고 개와 같이, 새와 함께, 더불어 살 궁리를 한다. 불온한 시요, 불온하기 짝이 없는 시인이다.

시인 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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