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계 "추가 임금무담 13조원 넘어" 노동계 "3년치 청구 제한 아쉬워"

재계·노동계 엇갈린 반응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기준을 정하면서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경영자들은 당장 기업의 생존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며 이번 판결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판결을 존중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사 반응 제각각

재계는 이번 판결이 노사 합의에 따라 유지돼 온 임금 해석이 뒤집혀 향후 노사관계는 물론 기업 경영도 해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라 소급분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의 추가 임금 부담이 13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 경총은 퇴직금 적립금과 수당 차액 등을 전부 포함해 기업들의 추가 비용이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5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통상임금 문제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 측이 패소하면 지급해야 할 임금차액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결과가 나왔으니 얼마나 추가 부담해야 할지 계산해보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이다"며 "상당한 규모의 임금 부담이 생길 걸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그나마 대법원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과거에 발생한 차액을 추가 임금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데 대해서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을 이유로 과거 3년치 임금을 추가로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8일 논평을 통해 "정부와 사용자의 억지에 의해 시간 끌기만 해왔던 통상임금 논란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과거 3년치 추가임금 청구를 허용하지 않은 정치'경제적 판단을 담은 판결"이라며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1995년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기업들도 걱정

지역 경제계 역시 혼란에 빠졌다. 대구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오랜 고심 끝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우리 국가 경제와 향후 산업현장의 임금 수준 및 항목 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기업 124개사를 대상으로 노동 이슈에 대한 기업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 경영에 가장 부담될 것으로 예상하는 정책이 '통상임금 범위 확대'였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적용될 경우 응답 기업의 87.9%는 기업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섬유와 자동차부품 등 야간 근무가 많은 산업이 주력인 대구경북은 이번 판결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에스엘 최병식 사장은 "상여금이 노사 합의에 의해서 이뤄졌는데 대법원에서는 합의도 무효화된다고 판결해 당혹스럽다"며 "당장의 대책도 문제지만 앞으로 기업 경영에도 큰 변화를 줘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에스엘은 필요 시 노조와 면담을 갖고 4월에 한 임금협상을 다시 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에는 이번 판결이 큰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통상임금 범위가 늘어나면 야간근무수당이 증가한다"며 "전체적으로 임금이 올라가고 회사 이윤이 떨어져 투자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대구상공회의소 김동구 회장은 "기업들로서는 힘겨운 일이 될 것이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결국 초과근무수당을 비롯한 각종 가산임금과 퇴직금 등 전반적인 인건비가 늘어나 기업 경영에 부담이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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