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그래도 사람이 희망인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그동안 시행해왔던 의대생에 대한 시험성적 학점제를 폐지하고, 잠재적 능력 개발과 환자에 대한 친절도 등에 주안점을 둔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미국의 상위 25개 의과대학이나 일본의 도쿄'오사카'교토 의과대학 등은 이미 줄세우기식 학점제를 폐지하고, 연세대 의대의 계획안과 같은 절대평가 기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연세대 의대의 이런 결정은 인술을 펼치는 의사를 평가하는데 더 적절한 평가방식이라 여겨진다. 점수가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곳곳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평가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대구지역에는 대구도시철도(모노레일) 3호선 개통을 앞두고 모노레일 방식의 무인 운행에 대한 안전성과 대구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직원 채용 시 필기시험의 도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무인운행은 승무원이 필요없는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것으로, 가장 안전한 운행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대구시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대구시민들은 생각하기도 싫은 두 차례에 걸친 지하철 대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공중에 떠서 도심을 통과하는 모노레일이 안전원 1명이 탑승하여 객차 안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만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의 작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기와 대피로가 전혀 없는 선로 구조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각 역에는 상주하는 직원 없이, 거점역을 중심으로 7명 중에 1명 정도가 순환하여 근무하는 형태인데 과연 역사에 대한 안전과 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지겠는가 하는 것이다.

무인운전과 역사 최소 근무인원 배치는 인건비의 절감을 가져온다고 대구시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시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휴먼서비스다. 대중교통 시설인 모노레일이 삭막한 도심환경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기계적인 작동과 무미건조한 안내방송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정과도 맞는가 의문이 든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이다.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모노레일의 유인운행과 각 역에 상근 직원의 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대구시는 인건비의 절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3호선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 역무원과 시민들이 살갑게 마주하는 사람이 희망인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모노레일에 대한 역사박물관을 세우고 있다고 하니, 그 예산으로 차라리 인건비에 투입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대구시정에는 세 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하였다. 첫째 경청의 부재, 둘째 과잉일반화의 오류, 셋째 행정편의적 발상 등이다.

산하 출자'출연기관 직원 채용 필기시험 도입도 그렇다. 우리는 인재를 발굴할 때, 단순한 전공지식과 경력만을 평가하던 과거와는 달리, 다면적 직무능력 평가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대구시는 얼마 전 있었던 국립과학관 직원 채용의 잡음을 이유로, 줄 세워 뽑는 필기시험을 강행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지금 타 시'도는 산하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출신학교나 가족관계는 물론 스펙을 모두 배제하고 직무관련 직업교육과 활동을 채용의 척도로 사용하고 있다. 295개 정부 공공기관도 필기시험을 배제하고 직무능력 평가로 대체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집단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하는 직무 중에서 작은 것부터 효율적이며, 조직을 합리적'객관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의 핵심이 바로 일자리의 창출이요, 국민 개개인의 창조성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엮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창조경제란 해석하기에 따라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그 핵심은 개인이나 조직이 무한 상상력과 잠재력을 발휘해 가치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히 사람중심으로 가야 한다. 부디 대구시가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라는 창조적인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에 심사숙고해주기를 기대한다.

김휘수 (재)대구애락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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