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순재의 은퇴일기] 크리스마스 단상

유럽은 한창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습니다. 광장이 있는 곳에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파는 가게들로 북적댔고 거리마다 세일을 알리는 문구들이 행인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밤에는 반짝이는 전구들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지요.

식당에도 사람으로 넘쳐났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연말 보너스 대신 직원들을 회식시켜 준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모든 식당들은 11월 중순이 지나면 손님들로 즐거운 비명입니다. 한국식당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현지인들로 가득 찼지요. 빨간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 땀을 흘리며 먹는 외국인을 보는 기분이 꽤 괜찮았습니다. 스웨덴은 바이킹 후예라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받아들이는 데 아주 적극적이어서 한국식당도 인기라고 합니다.

이렇게 흥청대던 식당과 가게들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주 조용해진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떠나거나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때문이지요.

스웨덴의 노인케어시설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완연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들이 시설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지요. 크고 멋진 트리는 대부분 기업들이 선물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아래서 커피를 마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이 예뻤습니다.

기자가 찾아간 날, 노벨상 시상식에 맞춰 노인시설의 식당에는 노벨상 디너 상차림 경연대회가 벌어졌지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식탁을 멋지게 세팅하고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넘칩니다. 보기 좋았습니다.

독일의 한 시설에서는 유치원 어린이들이 할머니들과 열심히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고 있었지요. 시설 바로 옆에 있는 유치원의 어린이들입니다. 어린이들은 노인시설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생일이면 찾아와서 노래를 부르고 꽃도 전달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한 지인이 한국의 실버타운에 갔다 온 뒤 마음이 무거웠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시설도 좋고 모두들 행복한 얼굴인데 어쩐지 마지막을 기다리는 대기실 같아 오랫동안 어두운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지요.

외국에서는 노인시설이 세상과 격리된 채 동떨어져 있는 그들만의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젊은이들과 교류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지요. 이것이 복지 선진국의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더욱더 빛나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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