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유라는 이상 실현을 위해…난 죽을 준비가 돼 있다"

넬슨 만델라 어록/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RHK 펴냄

한평생 아프리카인을 위한 투쟁에 헌신한 넬슨 만델라. 악명 높은 어파르트헤이트(백인 정부의 인종 격리정책)의 종식을 이끌어낸 주역이면서도 백인을 용서하고 화합하는 정신을 보여준 만델라는 이 시대의 마지막 성인, 도덕적 용기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2013년 12월 5일, '금세기 정의로운 거인이자 전 세계인을 감화시킨 소박한 사람' 넬슨 만델라가 타계했다. 그의 장례식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때보다 더 많은 전 세계의 정상급 지도자들이 모였다. 생전에 그가 보여온 삶이 반영된 당연한 결과였다.

이 책은 20세기를 관통하며 전 인류를 일깨운 만델라의 목소리를 담았다. 만델라 생애의 총결산이자, 20세기 세계사의 모순적 국면을 향해 언행일치로 민주적 가치관을 피력한 넬슨 만델라의 사상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지도이며 나침반이다. 또한 63년간의 연설문, 편지, 인터뷰 등 방대한 발언들을 집대성하여 투쟁과 삶의 지혜, 철학 등 만델라 사상의 정수를 담은 2천여 어록집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는 인간의 평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세계의 민중을 위해 온 생애를 바친 투쟁에 대한 사상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의 어록은 그 자체로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의 말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 27년 동안의 교도소 생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말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보낸 27년 동안 고독의 침묵 덕분에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 사람들의 생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인류 역사상 초장기였던 구금 생활을 견뎌낸 만델라의 인생에서 '교도소'이라는 주제는 압도적이다. 만델라 명언의 발원지가 곧 교도소였던 셈이다. 만델라는 둘째 부인 위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감옥은 자신을 알고 깨우치기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의 흐름을 냉철하게 규칙적으로 살펴보기에 이상적인 곳이오"(1975년 수감중 쓴 편지)라고 적었다. 교도소는 큰 고통을 주었지만, 만델라는 그런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해졌고, 관용과 화해로 적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평생 이러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투쟁에 헌신했다. 백인 지배에 맞서 싸웠고, 흑인 지배에도 맞서 싸웠다. 모든 사람이 조화롭게 동등한 기회를 누리며 함께 사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라는 이상을 품었다. 나는 그러한 이상을 위해 살고 그러한 이상을 실현하고 싶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그것을 위해 죽을 준비도 되어 있다.'-1964년 리보니아 재판의 피고인석에서.

"좋은 펜은 우리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주고, 우리의 은신처와 우리의 피, 우리의 영혼에 고귀한 생각을 불어넣기도 한단다. 비극을 희망과 승리로 바꾸기도 하지".-1980년 딸 진드지 만델라에게 쓴 편지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마쳤다면 그는 평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나는 그러한 노력을 했다고 믿고, 그래서 영원히 잠들 수 있을 것이다."-1996년 다큐멘터리 '만델라'에서.

"나는 다시 산다 해도 똑같이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억압받고 행복하게 삶을 즐기지 못하는 한 그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나의 의무였으며 앞으로도 몇 번이고 그렇게 할 것이다."-2003년 다큐멘터리 '만델라-살아있는 전설'에서.

610쪽. 2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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