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아베의 신사 참배, 한일 간 메가톤급 악재

더 강해진 일본 우경화…한·일 관계는 더 멀어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인 26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좋지 못했던 한일 관계가 더 경색되는 모습이다. 한일 정상회담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일본은 그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구애를 해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이 한일 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와 상대방의 아픔을 배려하는 자세가 없으면 미래로 가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는 여야가 없다.

여야는 아베 신조 총리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이어 7년 만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베 총리가 '역사 속에서 희생된 일본인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 했는데 더 이상의 망언이 있을 수 없고,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1970년 폴란드인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는 빌리 브란트의 역사 인식과 진정성을 일본이 본받길 촉구한다"며 "아베 총리가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를 전격 참배함으로써 '일어선 것은 한 사람이지만 무릎을 꿇은 것은 일본 전체였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의 모임인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성명서를 내고 "한일외교는 치명적 파탄위기에 봉착했으며, 양국 간 신뢰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달았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일본은 독일처럼 솔직하게 반성하고 그런 역사의 상처를 교훈 삼아 동북아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강력 반발

정부는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를 두고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정부 대변인인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야스쿠니 신사는 동아시아를 전쟁의 참화로 몰고 간 도조 히데키를 비롯해 조선총독으로 징병, 징용, 공출 등 각종 수탈통치로 우리 민족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긴 고이소 구니아키 등 용서받을 수 없는 전쟁범죄자들을 합사하고 있는 반역사적 시설물"이라며 "한일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협력을 근본부터 훼손시키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 대변인인 문화부 장관이 일본 정치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정부가 성명에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전범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 사안에 대응했다.

유 장관은 또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이름 아래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고 하나 과연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평화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날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주한 일본대사 대리 역할을 맡은 쿠라이 타카시(倉井高志)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정부의 강한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김 차관은 "이번 참배로 비롯된 어떤 결과도 책임은 모두 일본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이병기 주일대사를 일시 소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관계 악화일로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 정부는 퇴행적 역사 인식을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우경화 흐름도 빨라졌다. 특히 이번에는 아베 총리가 우경화 흐름의 가장 상징적인 정치행위로 여겨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예고도 없이 강행해 최악의 대일관계까지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로 표현했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까지 들여다보면 일본에 한국은 없는 나라와 같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 "이웃나라 국민의 정서를 생각해서 다른 성숙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자민당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지난 4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을 전격 취소할 정도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해오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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