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결자해지

2014년 갑오년(甲午年)이 밝았다. 지난달 31일 교수신문은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선택했다. 교수들은 "전미개오의 의미는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것"이라며,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설문을 대구경북에서 했더라면 '결자해지'(結者解之)란 사자성어가 꼽혔을지 모른다. 일을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의 이 말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대구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지난 10년간 호남의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비견할 만한 애정을 쏟았다. 대구경북의 흔들림없는 지지는 지난 대선에서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대구경북의 역차별'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홀대를 받으면서도 '최소 1년만 참자' '당장 어떤 요구를 해서 부담을 주기보다는 일단 정권이 안착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등 변치않는 순애보를 썼던 지역민들의 가슴은 이제 멍투성이가 됐다.

이대로 참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더 이상은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우리가 굳건한 지지로 이 정권을 탄생시킨 만큼 문제도 우리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홀대받은 분야인 인사(人事)만 놓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은 대부분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겪어봐서 믿음이 가는 사람들을 발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재풀이 좁아도 너무 좁다. 이런 상황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대구경북이 침묵하는 1년 사이 정권에는 새로운 파워 그룹들이 형성됐다. 부산경남의 약진은 이미 안정 단계에 이르렀고, 충청권과 수도권 세력들이 요직에 속속 포진하면서 양대 산맥을 이뤘다.

지난 연말 대구경북 지역 인사들의 송년회 자리에 초청받아 간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친박 핵심 국회의원에게 덕담 대신 노래를 시켰더니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를 불렀다. 노래를 마친 이 의원은 "요즘 친박 의원들의 애창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다"면서도 "노래 가사에는 서운함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다"고 했다.

역대 정권들은 대부분 집권 1년차 증후군에 시달렸다. 이후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체질을 개선하고 강력한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부처에서는 대규모 교체설이 들려온다. 대구경북도 양반 체통으로 침묵으로만 일관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한 번만 나를 생각해주면 안 되나요'라며 허공에다 대고 노래만 부를 것이 아니다. 대구경북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결자해지의 각오로 올해엔 반드시 대구경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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