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키우는 상담뜨락] 성의 표시와 '경계선' 지키기

교회 안에서 목회자의 신분은 신앙인의 입장에서 볼 때 신자들의 삶을 축복할 수 있는 축복권이 있는 존재이며, 신자들에게는 의존의 대상이며 존경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소수의 남녀 신자들은 목회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마음을 열고 심리적으로 기대는 정도가 그 경계선을 넘어버릴 때가 있다. 그 결과, 뜻하지 않게 목회자의 배우자에게 마음의 불편감을 주는 경우를 가끔 본다. 이를테면, 아이가 밤에 아플 때도 목회자 집에 전화를 해서 집으로 와 도움 주기를 부탁하고, 집안의 작고 큰일에도 초대해 예배 드려주기를 바란다. 또 자기들 나름대로는 이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식으로 목회자의 배우자가 준비했어야 할 세심한 선물들을 건네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목회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의 입장에서는 그 상대가 여신자일 때는 그들의 곰살스러운 친절들이 때로는 어머니 모습으로, 때로는 가족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내로서 침범당하는 듯한 위기를 느끼고 마음속에는 의심병이 생겨 너무 힘들다고 고백한다. 이 말을 듣는 필자의 마음속에는 '여신자들이여 제발 따뜻한 마음이 오해되지 않게 경계선을 지켜 일을 하시라'는 말이 뱅뱅 돌았다.

어느 날, 필자의 상담뜨락에 눈꽃이 쌓여가고 있을 때쯤, 목회자 부부가 조용히 찾아왔다. 아내가 말했다. "저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힘들고 불행합니다. 남편 주위엔 저를 불안하게 하는 몇몇 여신자들이 있지요. 그들은 저보다 젊고 아름다운데다 일적으로도 명분 있게 남편을 차지하고 남편은 그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버려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참담한 기분입니다." 이 말에 남편이 절실하게 대답했다. "나는 오직 당신밖에 없어요. 그러나 그분들도 내게는 교회사역 차원에서는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당신이 그에 대한 경계선을 가지고 분별력 있게, 오해 없이 이 상황을 내조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도 아내의 얼굴은 환히 풀리지 않았다. 왜일까. 남편의 말은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 말이지만 아내의 가슴을 적시기엔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날 남편은 아내에게 다르게 말하는 방법을 공부하였다. "당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있어 주셨구나! 고마워요! 새해엔 절대로 당신 마음 불편하게 하지 않을게요. 이 일은 당신이 있어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아내는 눈물지으며 남편의 손등을 가만히 쓰다듬는게 아닌가.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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