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융합이라는 말이 자꾸 들린다. 융합이란 둘 이상의 사물을 서로 섞거나 조화시켜 하나로 합하는 것이다. 어느 하나가 아니라 그 이상이 뭉쳐서 새롭고 기대 이상의 어떤 결과를 얻어낸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가정에서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며, 누군가의 위대한 부모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오면서 다양한 개성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조직을 만들고 거기서 어떤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것 자체가 이미 융합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은 합병을 통해 보다 큰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융합하고 정치인들은 정치철학과 이념을 가지고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서로 융합한다.
도대체 왜 복잡하게 무엇을 섞고 새로운 걸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걸까? 영역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정보화사회로 끊임없이 변했듯이, 현재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도 한 장르 안에서 새로운 융합의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술, 음악, 무용, 연극, 문학 등 다양한 장르가 가지는 예술적 특성에 연계하여 융합을 통한 새로운 예술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무용과 연극이 융합되어 무용극이 제작되고 음악과 연극이 융합하여 뮤직드라마가 제작되고 있으며, 음악 장르 안에서도 성악과 기악, 국악이 만나 새로운 장르의 음악회가 무대에 올려진다. 물론 기존의 오페라의 경우는 종합예술로 거의 모든 장르(성악, 기악, 합창, 무대미술, 무용 등)가 융합되어 있지만 짜여진 틀 안에서 대부분 제작되기 때문에 예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문화예술융합만이 문화예술발전에 미래가 걸려 있다는 것을 예술가들이 조금씩 인지하여 배려와 상생을 추구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문화예술융합은 기업, 정치의 융합과는 달리 목표와 성공의 잣대를 어디에다 둘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융합하기가 쉽지 않다. 융합은 보다 큰 이익 창출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문화재단과 한국예총 대구지회에도 최근 끊임없는 소통과 예술정책으로 장르 간의 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창작 작품을 제작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지역 문화예술회관에도 새로운 융합을 위한 다양한 기획 시도가 이뤄지고 장르형 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속속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집과 아집을 소통과 공감으로 바꾸고 문화예술융합을 위해 조금씩 희생하려는 지역 예술계 및 예술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병준(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bill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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