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 이야기] 해를 알리는 난

꽃집에서 판매되는 동양란 중 가장 인기가 있는 품종은 보세(報世)란이다. 겨울철 대부분의 동양란은 꽃이 없는 것에 반해 보세란류는 1, 2월에 집중적으로 꽃이 피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다른 화초들도 꽃을 거의 피우지 않아 더 주목받는다. 요즘 꽃집에서 판매하는 꽃은 대부분 생명이 끝난 절화(折花: 꺾은 꽃)로 생명을 갖고 있는 난 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또한, 광엽계 혜란(蕙蘭)으로 잎이 넓어 보는 이의 눈을 시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녹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5만~20만원 선에서 매매가 이뤄지는 보세란은 선물용 동양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보세란의 보세의 뜻은 '해를 알린다'는 뜻으로,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해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여겼다는 뜻에서 기인한 말이다. 보세란은 중국의 남부 푸젠성'광둥성에서 대만까지 넓은 지역에 분포하며 중국 보세, 산천 보세, 대만 보세, 대명란 등으로 나뉜다. 초록색으로 개화하는 한국 춘란과 달리 진한 적자색에서 적홍색의 범위의 색깔을 띠며 꽃이 피면 약 30~60일 정도 꽃을 감상하며 향을 즐길 수 있다. 화아분화도 잘 일어나며 병충해에도 강하고 번식력도 좋아 일반인들이 기르기에는 좋다. 분갈이만 전문점을 통해 매년 해주고 겨울철 따뜻한 거실이나 실내에 두었다가 봄이면 햇볕에 쬐어 일반 동양란보다 조금 어둡게 2천~3천럭스 정도 유지시켜주면 잘 자란다. 새싹이 2, 3월경이면 나오는데 이때 물을 많이 주어야 하며 시비를 좀 넉넉히 해주어야 잘 자란다. 마캄프-k를 6개월에 한 번씩 100알가량 교체해 주면 좋다.

꽃집에서 보세란을 구입해 기르려면 초보자의 경우 잎에 무늬가 좀 작은 품종이나 무늬가 없는 산천 보세(山川報世)를 선택하면 무난하다. 실력이 늘면 무늬가 많은 품종으로 다변화시키거나 한국 춘란'중국 고전 춘란을 기르면 된다. 이들도 춘란처럼 명품들이 있는데 키가 작은 단엽(短燁)계열의 특수한 무늬가 있는 달마(達磨)라는 품종은 촉당 2억~3억원을 호가하기도 하였다. 고전 품종으로는 상원황, 대훈, 대훈반호, 서옥, 학지화, 태양, 녹묵소 등이 있다.

이대건(난초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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