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안학교 '링컨하우스대구스쿨' 두 번째 졸업식

부모님 싫어 도망간 딸, 세상속으로 나오다

25일 링컨하우스 대구스쿨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졸업발표회에서 졸업생들이 자메이카 댄스를 추며 그동안 갈고닦은 예능 감각을 뽐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5일 링컨하우스 대구스쿨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졸업발표회에서 졸업생들이 자메이카 댄스를 추며 그동안 갈고닦은 예능 감각을 뽐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달라진 내 모습에 저도 놀라요, 이젠 세상을 향한 꿈도 생겼어요."

25일 오후 도심 기숙형 대안학교인 대구 서구 링컨하우스 대구스쿨(링컨스쿨). 3년간 동고동락하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학생들이 대강당 무대에 섰다. 졸업식을 겸해 열린 졸업발표회는 학생들이 꾸민 것이다. 전국에서 온 학부모들은 숨을 죽였다.

생활한복을 입은 10여 명의 여학생이 아리랑 선율에 맞춰 몸을 움직이더니 양팔을 들고 그 자리에서 수차례 회전했다.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는 춤사위에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무리 속 류지은(19) 양은 눈물을 훔쳤다. 지은 양은 "부모와 함께 살기 싫어 도망치다시피 이 학교에 입학했는데, 이젠 부모님의 따뜻한 손을 잡고 졸업하게 됐다"고 했다.

3년 전 지은 양은 피아노를 배워 음대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라며 반대했다. 지은 양과 부모 사이엔 갈등이 생겼다. 지은 양은 집(영주)을 떠나 링컨스쿨에 입학했다. 이곳에서는 피아노를 쳐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검정고시도 따로 준비한 지은 양은 올해 경북의 모 대학 피아노학과 합격증을 받았다. 지은 양의 부모는 꿈을 향해 노력한 딸을 따뜻한 품에 안아줬다. 지은 양은 "부모님께 속을 썩인 게 죄송하지만, 이젠 저를 이해해주고 웃어주니 정말 좋다"고 했다.

정규 교육과정의 틀에서 벗어나 대안학교에 문을 두드린 46명이 이날 졸업했다. 마음의 상처를 씻어낸 이들에게 졸업식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됐다. 이 학생들은 제도권 교육에서 한발 벗어났지만 책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체험으로 익혔고,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것을 다짐했다.

혼자 게임만 했던 박승환(19) 군은 책을 좋아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예전에 제가 남들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아요. 이젠 게임보다 친구를 사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아요." 승환 군은 국어교육과에 진학해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링컨스쿨은 역경과 실패를 극복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에이브러햄 링컨의 정신을 이어받아 전 세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차세대 지도자 양성에 힘쓰는 사단법인 국제청소년연합 IYF(International Youth Fellowship)의 후원으로 설립된 고교 과정의 대안학교다. 전국 10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대구에서는 지난 2008년 3월 와룡산 기슭에 터를 잡고 운영 중이다. 졸업할 때까지 더는 신입생을 받지 않는 독특한 운영 방식을 갖고 있다. 이날 졸업한 46명은 2회 졸업생이 됐다. 3월에는 60명이 3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 갈 예정이다.

링컨스쿨은 제도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진로를 찾지 못한 학생들에게 인성교육, 공통교과 이외에도 예체능 교육, 해외캠프 등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학교 김연아 교장은 "꿈이 없었던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면서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며 "앞으로도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