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령자 교차 방문 허용한 독일식 이산 상봉제 도입을

3년 4개월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측 상봉 신청자 82명이 어제 북한 가족 178명과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링거를 매단 채 방북한 이도 있고 척추 골절 수술을 받은 채 구급차에 실려 금강산을 찾은 이도 있다. 꼭 가족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죽겠다는 염원에서다. 60여 년 만의 재회에선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 또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이산가족 신청자의 고령화는 한계 상황에 와 있다. 이산가족 정보 통신 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는 모두 12만 9천264명이다. 이 중 생존자는 지난해 말 기준 7만 1천480명이다. 5만 7천784명은 꿈에도 그리던 가족의 얼굴 한 번 못 보고 이미 세상을 등졌다. 북한의 이산가족 통계는 알 수조차 없다.

지난해 추석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할 당시 우리 측 상봉 대상자는 96명, 북측 대상자는 100명이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만에 그 수는 남측 82명, 북측 88명으로 줄었다. 고령으로 숨졌거나 거동이 불편해 상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던 2003년 이후 해마다 평균 3천800명의 신청자가 숨을 거두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남측은 80% 이상, 북측은 90% 이상이 여든이 넘는 고령자다. 남측은 90세 이상의 초고령자만 25명에 이른다. 북한엔 아예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1985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 이뤄진 이후 현재까지 상봉은 20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상봉의 기쁨을 경험한 사례는 3천784건에 불과하다.

이제 남북은 60여 년 생이별의 아픔 속에 살아온 이들을 과감하게 보듬어 줘야 한다. 시간이 없다. 현재의 만남 규모와 빈도로는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벅차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정례화, 상설화되어야 한다. 남북이 정치 문제에서 분리,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결책이 나온다. 동'서 냉전 속에서도 은퇴 고령자에 한해 서로 교차 방문 및 체류를 허가해 통일의 물꼬를 텄던 독일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