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은 '물의 도시'이다. 안동호와 임하호라는 거대한 물그릇을 품고 있다. 태백 황지와 영양 일월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양 댐을 거쳐 안동 용상동 두물머리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낙동강 본류가 시작된다.
그러나 영남인의 젖줄을 잉태하고 있는 안동, 임하댐이 안동사람들에게는 오랜 애물단지였다. 고향을 잃은 수몰민들의 애환은 '서부단지'라는 빛바랜 간판에 스며 있으며, 환경변화로 농사와 건강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수질 보전을 명분으로 한 개발제한에 따라 낙후지역으로 전락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안고 살아온 것이다.
댐으로 인한 피해의식은 최근에도 불거졌다. 수자원공사가 청송 성덕댐에서 영천으로 보낼 물을 가둬두기 위해 길안천에 한밤보를 설치하려 하자 반대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안동-임하호 연결터널 굴착과 관련, 임하호의 식육성 외래 어종 존재 여부를 두고 수자원공사와 토종어류보존회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안동에서 물을 가져가기만 했지 그 보상으로 제대로 둘려준 게 뭐냐는 게 보편적인 정서였다. 그런 상황에서 26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안동시가 지역경제단체 및 주민대표, 학계 등이 참여하는 '안동 상생발전협의회'를 설치해 현안 해결과 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은 눈길을 끌 만하다.
수자원공사는 이날 ▷댐 상류 자연환경보전지역 해제 추진 ▷도산면 서부리 스토리빌리지 조성사업 지원 등에 나서는 한편, 안동댐 부근에 세계물포럼기념센터와 메모리얼파크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임하호를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해서도 한걸음 물러서 근본대책을 강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번 협약이 악화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적 말의 성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안동은 경북도청 이전과 더불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세계 물포럼을 앞두고 전국 최고의 수향(水鄕)이자 수변 관광도시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물은 이제 산업이고 문화이다. 안동에서도 물이 더 이상 '애물단지'가 아니라 '보물단지'가 되어야 한다. 수자원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정부와 수자원공사 그리고 지자체와 지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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