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자녀를 둔 A(43'울릉읍) 씨는 자녀 교육 때문에 쓰레기 분리배출에 꽤나 신경 쓰는 편이다. 칫솔 포장지도 종이와 플라스틱을 따로 버릴 정도다.
하지만 A씨는 "어느 날 아들이 힘들게 분리 배출해도 결국엔 모두 땅에 묻어버린다는데 우리도 대충 버리자고 했다. 아들에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털어놨다.
울릉군이 생활쓰레기 분리수거장 확충을 위해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들이면서도 정작 분리수거한 재활용 폐기물 대부분을 그냥 땅에 묻어버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릉군은 2012년부터 쓰레기분리수거장인 '클린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분리수거 활성화로 매립장 수명을 늘리고 '명품 녹색섬'을 만들겠다는 취지. 을릉읍에만 첫해 7곳(1억7천500만원), 지난해 22곳(5억원)을 설치했고, 올해 서면'북면에 설치하려고 예산 10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기대와 결과는 사뭇 달랐다. 주민들이 애써 분리배출해도 클린하우스에서 수거한 재활용 폐기물 대부분은 소각 또는 파쇄된 뒤 땅에 묻혔다. 울릉군의 하루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평균 11t 정도. 일 년으로 따지면 4천여t인데 이 생활쓰레기 중 상당량이 매립된다는 계산이다.
빈 병만 해도 한 해 80만 병 정도가 파쇄돼 매립된다. 울릉도 주류도매상이 자체 회수해 육지로 반출한 수량을 제외하고 추산한 양이다. 지난해 울릉도 주류도매상은 소주'맥주 등 119만5천800병을 판매했고, 빈 병 116만8천765병(판매량의 98%)을 회수해 육지로 내보냈다.
하지만 주류도매상을 통하지 않고 판매된 것은 모두 매립장행이다. 육지 반출에 드는 비용 때문. 주류도매상에 따르면 빈 병 한 상자를 육지로 보내려면 창고보관료를 제외하고도 2천580원이 든다. 이 때문에 대다수 소매점은 빈 병 받기를 꺼리고, 울릉군은 팔짱만 끼고 있다.
폐지, 플라스틱 등도 소각'파쇄 후 땅에 묻힌다. 고철, 폐타이어 등 일부만 자원재활용업체가 수거해 육지로 보낸다. 혈세를 들인 클린하우스가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다.
주부 B(47'울릉읍) 씨는 "가정에서 애써 분리배출해도 그저 땅에 묻힌다는데, 이처럼 많은 돈을 들여 클린하우스를 설치한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라고 했다.
종량제봉투 사용률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미화원은 "매립장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해 처리하지 못하다 보니 종량제봉투 사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최근엔 클린하우스 한 곳에서 종량제봉투를 전혀 볼 수 없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울릉군은 서면 남서리에 생활폐기물위생매립장을 새로 만들고 있다. 조성 비용만 90억9천만원이다. 주민들은 "친환경 녹색섬이라는 슬로건이 부끄럽다"며 "이름에 걸맞은 장기적인 자원 재활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울릉군 관계자는 "올해부터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빈 병'폐타이어'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한 생활쓰레기를 육지로 내보내 매립 폐기물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울릉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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