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종합 가계부채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그동안 내놓았던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는 재탕발표인데다 가계부채문제의 핵심인 '양'에는 손도 대지 못 한 채 구조만 손질하는데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매매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1천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을 40%까지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가계 대출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금리 상한부 대출과 만기 5~10년의 중기 분할상환 대출상품 출시를 독려하고 고정금리에 비거치식 분할상환인 주택구입자금대출에 대해서는 세제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발표내용의 대부분이 기존 대책을 이행하거나 보강한 수준이어서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현재 160%대인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5% 포인트 떨어뜨리기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부채 총량을 규제하는 처방은 실수요자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대안이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큰지만 은행이 손님에게 당장 이자가 늘어날 것을 감수하고 고정금리로 변경하라고 권유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변동금리에 비해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어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해야한다.
더불어 당초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가계부담을 줄여 민간소비 진작을 시도하고자 했으나 이번 대책으로 가계에 도움이 될 일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5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3년째 거치이자를 내고 있는 김재엽(41)씨는 "정부의 권고대로 원리금 균등분할 장기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가계소비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수와 민간소비 진작을 도모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진작을 시도하기 위해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계부채 손을 대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역대 모든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받았다"며 "다만 반짝 경기회복 후 치러야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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