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정희(가명'36) 씨는 그동안 자식 키우고 살림에만 신경 써왔다. 돈 관리는 전적으로 남편의 몫이었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사업이 지금까지는 순탄해 큰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이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일을 겪게 되었다. 그는 사업이 부도나면서 풍비박산 난 친척을 보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사업을 하는 경우 특히 재무관리가 중요하다는 주변의 얘기가 실감 나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남편에게 "미래에 대한 대비는 잘나갈 때 하는 것"이라고 어렵게 설득해서 재무상담클리닉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사업과 가계 경제는 확실히 구분하자
재무관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수입과 지출이 비교적 일정한 샐러리맨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예측해 재무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저축을 통해 이를 달성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러나 사업가의 경우 사정이 달라 10, 20년 후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재무상담클리닉 허수복 부센터장은 "과거 은행에서 근무할 때 잘나가던 기업이 부도로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특히 부도는 행복한 가정도 단번에 무너뜨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가의 재무관리는 기업과 가정 경제를 분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김 씨의 남편인 이경수(가명'43) 씨처럼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사업의 운영자금과 가계의 자산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저축과 자산 형성을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사업의 운영자금은 이 씨 명의로 관리를 하고, 가계의 자산 형성은 부인 명의로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혹여 사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부인 명의의 자산은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사업의 운영자금이 부족하더라도 가계의 자산에는 손대지 말고 대출 등을 활용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
또 매월 일정한 금액을 저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다. 즉 저축을 강제하는 것이다. 수입이 들쭉날쭉한 사업가의 경우 저축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축을 하더라도 매월 일정한 금액을 넣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여유자금이 있을 경우 넣는 식이다. 이것도 바꿔보자. 매월 일정한 금액을 부인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부인은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은 저축을 하면 된다.
◆배우자에게 비과세 범위 내에서 증여를
지금까지 모든 자산은 이 씨 명의로 해뒀고, 부인은 매월 생활비만 받아왔다. 이 씨가 지금까지 모은 자산은 아파트 한 채와 목돈 4억원이다. 목돈 4억원은 언제 사업에 필요할지 몰라 은행의 보통예금에 넣어뒀다. 이 씨는 지금까지 이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자산운용보다는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씨의 사업 재투자 자금은 넉넉잡아 약 1억원이면 족하다. 따라서 3억원은 굳이 보통예금에 넣어 묵혀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 3억원은 부인 명의로 돌려 가계 자산으로 구분해서 운용해보자. 3억원은 법률적으로도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부인에게 증여를 하자.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배우자에게는 6억원까지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 증여를 할 수 있다. 참고로 올해부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됨에 따라 성년자는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미성년자는 1천5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비과세되는 증여한도가 늘었다. 배우자에게 증여한 경우 반드시 국세청에 증여를 신고하여 근거를 남겨놓아야 한다. 주의할 점은 증여 후 다시 이 씨가 마음대로 명의를 바꾸면 재차증여로 증여세를 물 수 있다. 물론 배우자에 대한 비과세 범위 내이면 상관이 없다.
◆목돈은 포트폴리오 투자로 위험관리를
이 씨 부부의 재무목표는 두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자금, 그리고 부부의 노후준비다. 교육비는 지금부터 벌어서 충당하면 될 것 같고, 결혼자금은 가지고 있는 목돈으로 줄 생각이다.
이 씨 부부의 자산관리의 성패는 목돈 3억원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달려 있다. 목돈을 굴릴 때에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는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게 된다. 수익이 높으면 위험도 높아진다. 자산관리를 할 때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이 씨 부부는 은행이자보다 조금 더 높은 5%의 수익을 내고 싶어한다. 이 경우 은행예금에 1억원, 채권형펀드에 1억3천만원, 주식형펀드에 7천만원의 포트폴리오를 짜면 된다. 이 포트폴리오의 위험(표준편차)은 ±3.51%다(각 자산군의 기대수익률 및 표준편차는 표 참조).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짜는 이유는 더 높은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험을 분산하고자 함이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짠 후에는 각 자산군별로 개별상품을 고르면 된다. 은행예금은 은행 간 금리를 비교해서 선택하면 되고 채권형펀드는 국내, 해외 또는 하이일드채권 여부 등을 고려하여 선택하면 된다. 해외채권에 투자할 때에는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 주식형펀드는 국내와 해외투자의 비중을 먼저 정한 후 운용 스타일별로 가치주와 성장주로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 씨의 경우 우선 국내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사업가는 노후준비에 더 각별한 관심을
자영업을 하는 이 씨는 퇴직금이 없다. 보험을 특히 싫어하는 이 씨는 연금보험도 가입해 본 적이 없다. 아무리 보험을 싫어하지만 최소한의 위험은 대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선 의료실손보험과 암보험 정도는 준비하도록 하자. 의료실손보험은 다른 보장특약 없이 실손보장만 가입할 경우 1만3천원 정도면 가입이 가능하다. 물론 갱신형이라 나이가 많아지면 보험료는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상품 가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따라서 이 씨 부부도 노후준비를 위해서 매월 100만원을 저축하기로 했다. 100만원은 변액연금보험을 추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액보험의 인기가 바닥이지만 은퇴하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이 씨 부부가 장기투자하기에는 변액보험만 한 상품이 없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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