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대학과 시간강사

3월이면 모든 대학에서 입학식과 더불어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수강 신청으로 분주하고 새내기들은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대학 문을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첫 대면하는 사람이 '교수님'이다.

대학에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진들이 있다. 그리고 대학마다 교수는 다양한 직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등 정규직과 전임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이 포함되어 있다. 지식인 사회인 대학에서도 우리 사회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고 임금과 처우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 중에서도 시간강사는 시쳇말로 '보따리장수'라고 불릴 만큼 삶이 팍팍하기만 하다.

시간강사 제도는 1977년 유신에 비판적인 교수들을 대학에서 배제하기 위해 법제화되었다. 교육부는 2011년 3월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확정했다.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 4대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2011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이른바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를 '강사'로 명명하고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고등교육법 제14조의 2 제2항)고 해 교원과 동등한 권리나 각종 혜택은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시간강사법'은 정년이 보장되는 전임교수가 아닌 1년 계약직 교원인 강사에게 주당 9시간의 강의를 맡기고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으로 비정규직 교수들이 반대하고 있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대학에 정부 재정 지원이나 학자금 대출 제한에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기 때문에 대학은 저렴한 임금으로 전임교원을 확보하려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교수 단체는 대학이 소수의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고 다수의 시간강사를 해고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3년 12월 31일 국회에서는 '시간강사법'을 2016년으로 2년 유예했다. 이처럼 정부와 대학 그리고 비정규직 교수 단체가 협의점을 찾고 있지만 어렵게 얽힌 매듭만큼이나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시간강사는 시급제 아르바이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대구경북에 소재한 사립대학의 경우 4년제 대학은 시간당 5만원 내외, 전문대학의 경우 2만 5천원 내외로 강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전국 시간강사의 평균 수업시수 주당 4.5시간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생활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강의료 이외에 어떠한 비용도 지급하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은 쉬는 시간에 휴게실이 없어 본인 차량에서 쉬거나 학내 커피숍을 전전하기도 한다. 휴게실이 없는 학교에서는 조교실에서 학생들 틈 사이로 수업에 필요한 유인물을 복사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교내 복사실에서 사비를 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대부분 대학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시설도 없는 셈이다. 또한 방학이면 강의료가 나오지 않기에 이들은 새로운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다음 학기 강의 여부를 미리 말해주는 교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방학 기간에 학과 조교에게 안부 전화(?)로 동정을 살피기도 한다.

필자는 10년 넘게 대학에서 비정규직 교수로 일했었다. 한번은 지역의 모 대학에서 1학기 강의를 하고, 2학기 개강 즈음까지 연락이 없어 학과 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조교가 2학기에 강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물며 신문이나 우유를 끊을 때도 미리 전화를 하는데 담당 교수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것이다. 마치 그냥 쓰고 버리는 일회용 취급을 당했다는 느낌마저 들면서 몹시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대학 강단에 서 있는 시간강사를 비롯해 비정규직 교수들 문제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교수 문제는 우리들 자녀의 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가 아닌 '교육자'로 당당하게 강단에 설 수 있도록 대학 당국과 비정규직 교수 단체 그리고 정부는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현종문/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film21c@daum.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