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관광 굴뚝에 피는 관광의 꽃] ⑩<끝> 경북 산업관광의 미래

글로벌 기업·향토산업 '체험+관광' 날개 달자

국내 산업관광은 아직 태동기다. 일본, 독일, 영국 등 산업관광 선진지에 비해 5~10년가량 뒤처진 게 현실이다. 이 같은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압축, 확산, 심화 전략을 통해 산업관광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별로 산업관광 거점을 통해 시설 및 인프라를 구축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1단계인 시설 인프라 구축에 이어 2단계로 2015년까지 전국 지역별로 차별화된 산업관광지를 개발한다. 3단계인 2017년에는 산업관광의 상품화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국가 전체로는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별 소득 및 고용을 늘리며, 기업은 기업 홍보 및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관광 육성 박차

정부는 산업관광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역별 우수 산업관광 사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경기도 의왕시 의왕역 2층에 문을 연 의왕철도산업홍보관이 대표적이다. 의왕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관광 육성 공모에 선정돼 국비 2억원을 지원받았다. 국내 최대 철도 물류기지라는 지역 정체성과 관광을 접목한 게 특징.

홍보관은 철도의 역사와 의왕시의 철도 관련 인프라, 철도산업의 미래 등을 소개하는 형태로 구성됐다. 국내 기술로 만든 최신 고속열차(HUMU-430X)의 속도를 3D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고, 속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알 수 있는 체험기구도 마련됐다. 부곡차량사업소와 의왕역, 철도박물관, 철도인재개발원, 철도기술연구원, 의왕ICD 등을 연계한 철도산업 관광코스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원주시에 문을 연 협동조합 산업관광 지원센터도 산업관광 활성화의 기반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산업관광 육성 지원사업에는 의왕시와 원주시를 비롯해 울산시의 오토밸리 조성 사업과 제천의 한방 아로마 힐링 및 한방 티 테라피(tea therapy) 체험 사업, 전북 익산시의 특산물인 서동 마(麻) 테마빌리지 조성 등 5개 사업이 선정돼 17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도 13억원을 지원하며 현재 산업관광 프로그램 및 콘텐츠 개발과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 육성 지원 공모가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년간 지원을 통해 성과를 평가하고 지속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우수 산업관광 지원 사업은 한국형 산업관광 모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한국형 산업관광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지역 연고 산업을 바탕으로 견학과 체험 위주의 산업관광 자원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산업유산을 보전해 교육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식. 글로벌기업을 활용한 핵심 거점 사업을 개발해 전시 및 관광 거점으로 만드는 방식이 세 번째다. 이는 권역별 산업관광 개발 방향과 맞물려 전략적으로 육성된다.

◆경북 산업관광 자원 발굴 시급

산업관광이 경북 관광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포스코와 삼성'LG 등 글로벌기업이 있는 포항과 구미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산재한 1, 2차 산업을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상품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현재 경북에는 민간기업 13곳과 공공기관 21곳 등 34곳에서 산업 시찰 및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산업시설 견학에 그치고 있어 관광 자원으로 파급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경산, 상주, 청송, 안동, 의성, 포항 등 6곳의 산업 관광 자원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산업관광 자원조사표에는 ▷경산시 한방화장품 체험관 ▷상주시 물산업 홍보관 ▷청송군 청송양수발전소 산업시찰 및 홍보관 ▷안동시 한지전시관 ▷의성군 성냥체험학습 프로그램 ▷포항시 산업관광 활성화 사업 등이 포함됐다.

특히 포항시의 용광로 체험관 및 산업관광 테마관 조성 사업은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돼 포스코와 포스코역사관, 방사광가속기, 지능로봇연구소 등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및 콘텐츠 개발에 한창이다.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를 내린 향토산업들도 훌륭한 산업관광 자원으로 꼽힌다. 경북도는 지난해 6월 향토뿌리기업 27곳과 산업유산 4곳 등 31곳을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했다. 1926년에 설립돼 88년 동안 전통방식으로 탁주를 제조한 영양탁주합동과 4대째 이어지고 있는 경주 ㈜노당기와, 상주 장수직물, 국내 유일의 성냥공장인 의성 성광성냥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향토뿌리산업으로 지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관광과 연계한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재일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문화유산이나 관광지는 대부분 각 시'군의 외곽지에 산재해 있어 정작 도심지는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 유휴시설이나 근대유산들은 도심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간단한 주변 정비를 통해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지역 기반 산업 관심 절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관광을 위한 공간 및 시설을 제공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지역 사회와 연대하며 우호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역 대표산업과 균형을 맞춰야 하며 여기에는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거점 지역에 기반을 둔 핵심 기업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관광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산업을 바탕으로 한 관광자원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특히 지역 거점에 있는 산업진흥센터를 지역의 문화와 특산품을 생산'교육'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김규호 경주대 관광레저학과 교수는 "문화융성을 공연'미술'음악 분야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전통문화의 체험, 전수, 제조, 판매까지 확대해야 한다"면서 "일상생활과 단절된 전통을 복원하고 현대에 연결하는 것도 훌륭한 산업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즈키 타로 일본 아이치현 관광컨벤션과 주임은 "산업관광은 기업과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며 관광을 지역 산업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관광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주변 관광 자원과 연계해 다양한 관광객의 취향을 만족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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