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한국은행 본점에 금고를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도 최고의 금고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사람들이 있다. 이곳에서는 은행 금고 출입문부터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개인 금고까지 다양한 금고를 만든다. 금고에 들어가는 특수 강판을 만들기 위해 900℃가 넘는 불길과 싸우고, 0.1㎜의 오차를 잡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망치질을 해야 한다. 수 톤에 달하는 대형 금고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작업은 그 무게만으로도 고되다. 자칫 호흡이 어긋나기라도 하면 대형 금고에 깔리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현장이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한 금고 공장. 평균경력 25년의 기능공들이 바쁜 하루를 맞이한다. 휘어진 강판을 펴기 위해 무게 20kg의 망치로 수백 번 이상 내리치는 작업이 끝나면 금고 조립에 들어간다. 용접을 하면서 튀는 뜨거운 불꽃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일상이 계속되지만 이들의 정교한 손놀림으로 금고는 점차 모양새를 갖춰간다. 이후 내화재를 만들어 금고에 주입하는데, 이 내화재는 1천℃가 넘는 고온에도 견디고 물에도 뜨기 때문에 금고의 보안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금고의 생명인 잠금장치를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면 한 대의 금고가 완성된다. 또 신제품은 물론 기존 제품의 기술력을 시험하는데, 금고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하 테스트에서부터 산소 용접기를 이용해 잠금 다이얼 주변을 공격하기도 하는 등 금고의 안전성 테스트도 이들의 작업 중 하나다. 게다가 새로운 금고를 만들면 은행에 설치하고 해체하는 작업까지 금고기능공들의 일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되다.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금고처럼 녹슬지 않는 이들의 열정을 따라가 본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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