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양의 Food 다이어리] 고추

필자의 독특한 취미 중의 하나가 맛 비교를 하는 것이다. 시판용 우유를 사다가 늘어놓고 맛과 농도를 비교한다든지, 브랜드 별 물의 맛을 비교해 보았으며, 소금 맛도 비교해 본 적이 있다.

얼마 전에는 태국요리에 빠져서 다양한 매운맛의 페이스트들을 경험하였고, 요즘에는 멕시칸 요리에 꽂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는 무엇일까. 또 가장 맛있는 매운맛을 내는 고추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사실 필자는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맛있게 매운맛을 내는 고추를 찾아 삼만리의 첫발을 내딛었다.

'우리나라의 매운맛'하면 떡볶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짬뽕, 육개장, 생선찜, 매운탕 등도. 요즘 식당에서 사용하는 매운맛의 주역인 고춧가루는 중국산과 베트남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산 고춧가루의 매운맛은 대단하다.

한국인처럼 매운맛을 즐기는 민족이 있을까 싶은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고추의 종류는 적은 편이다. 풋고추, 꽈리고추, 청양고추, 홍고추 정도이며, 최근에 아삭한 오이고추가 식탁 위에 자주 오르는 것 같다. 산지 이름을 붙여 명명된 고추의 종류는 100여 종에 이른다.

고추의 원산지로 알려진 멕시코에서는 다양한 맛과 모양의 고추가 생산된다. 생으로, 말려서, 또는 훈연한 다양한 고추로 소스를 만들거나 잘게 다져 멕시칸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녹색의 칠리 할라피뇨가 멕시코의 대표적인 고추인데, 멕시코만(Veracruz de Ignacio de la Llave)의 서안 쪽에 위치한 베라크루즈 주의 할라파(Xalapa)에서 유래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매운 조미료의 상품명인 타바스코 소스는 할라피뇨를 주원료로 만든다. 빨갛게 익힌 할라피뇨를 건조해서 훈연한 것을 치폴레(치폴틀레, 스페인 chipotle)라고 하는데, 깊은 매운맛을 내어, 멕시칸 소스를 만드는 데 많이 사용된다.

맵지 않으면서 풍미가 깊은 칠리 포블라노(chile poblano)는 열을 가해 껍질을 벗기고 다진 고기와 다진 야채, 치즈를 넣고 속을 채워 우리나라 고추 전과 같은 칠리 레예노(chile relleno)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포블라노를 건조시킨 것을 칠리 안초 (chile ancho)라고 하며, 그 외에도 칠리 세라노(chile serrano), 칠리 아베네로(chile habanero), 칠리 만자노(chile manzano), 치라카(chilaca), 칠리 파실라(chile pasilla) 등 칠리의 종류는 100여 가지에 이른다.

고추와 토마토, 양파, 고수 등과 함께 갈아서 살사소스를 만들고, 토르티야에 고기나 해산물, 야채 등을 싸서 먹는 퀘사딜라 요리는 한 번쯤 접해 봤을 멕시코 요리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매운맛을 내는 고추는 페페론치노(Peperoncino), 태국의 요리에 매운맛 담당은 쥐똥 고추, 새 눈 고추(Bird's eye chili)로 불리는 프릭키누(phrik khi nu)이다. 우리나라의 청량고추와 한판 승부를 해볼 만한 매운맛이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무엇일까. 현재 가장 매운 고추는 2013년 9월 기네스북에 등재된 죽음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캐롤라이너 리퍼(Carolina Reaper)이다. 300만 스코빌(Scovillet scale)에 달한다.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최고의 매운맛의 자리를 군림하던 타바스코의 매운맛의 48배 정도에 달하는 매움 지수 146만3700 스코빌(SHU)인 호주의 Trinidad Scorpion Butch Taylor를 제쳤다. 우리나라 청양고추의 매움 지수가 보통 4000~1만 스코빌이라고 하니, 캐롤라이너 리퍼가 아마 식용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인도 고추도 만만치 않다. 아삼에서 생산되는 부트 졸로키아(Bhut Jolokia)는 2007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적이 있다.

아, 죽음의 빨간 가루가 들어간 떡볶이! 생각만 해도 온몸이 짜릿해 온다. 노곤한 봄날 칼칼한 짬뽕 한 그릇 어떠신지.

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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