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아름다운 활공장을 찾아서

대니산 활공장, 비슬산'낙동강'현풍 들판 한눈에

패러글라이딩에 흠뻑 빠져 있는 비행 중독 파일럿들의 흔한 증상 중 하나가 '산세 살피기'다. 산의 높이나 지형을 살피면서 고도를 짐작해보고, 바람의 방향을 가늠해 이륙지점과 열 상승풍이 생겨날 위치 등을 살펴보며 자기만의 새로운 활공장을 개척해 보는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00여 곳에 달하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전국에 퍼져 있다. 산악지형이 국토면적의 약 80%를 차지하다 보니 패러글라이딩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산지 대부분의 고도가 200∼500m로 낮고, 풍속도 심하지 않아 조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수많은 활공장 중 현재 이용하는 곳은 절반 정도이다. 예전에는 패러글라이더 장비를 산 정상에 있는 이륙장까지 짊어지고 올라가서 비행하는 것이 당연시됐었다. 하지만 현재는 차량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하고 안전한 활공장을 중심으로 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사용되는 곳은 일반적으로 시야가 확 트여 있고, 산세가 좋은 데다 산꼭대기까지 임도가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이 산책을 하거나 산악자전거를 즐기기에도 제격인 곳이 많다.

대구 인근에서 가장 가깝게 찾을 수 있는 곳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대니산 활공장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북쪽 이륙장과 남쪽 이륙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서 지역뿐 아니라 외지에서도 많은 파일럿이 찾는 곳이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이 장점이며 동쪽으로는 비슬산 전경, 서쪽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과 멀리 보이는 가야산, 북쪽으로는 팔공산과 유학산 능선, 남쪽으로는 현풍과 창녕의 들판이 이루어내는 풍광들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겨울철이면 늘 찾아오는 비객(飛客), 독수리를 조우할 수 있는 즐거움은 덤이다.

대구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경남 합천 초계면에 위치한 대암산 활공장은 넓고 평평한 목초지를 연상시키는 이륙장에 양팔을 활짝 편 고목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분지 지형이 만들어 내는 풍광과 어우러지며 이국적이고 목가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합천군 초계면과 적중면에 걸쳐 있는 분지 지형의 활공장으로 동풍이 불어오는 봄'여름 시즌에 많이 이용된다. 인공위성 사진에도 또렷하게 드러나는 분지 지형이 푸근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활공장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은 단양의 양방산 활공장이다. 1993년 국내 최초로 활공장이 설치돼 패러글라이딩의 메카 역할을 했다. 굽이치는 남한강 사이로 단양 읍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인근에 위치한 단양 두산 활공장과 함께 관광객들의 탠덤(2인승 체험비행)이 활발한 곳이다.

문경시 문경읍에 자리한 문경활공랜드는 국내 활공장 중 세계대회를 치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2002년에는 패러글라이딩 프레월드컵, 2009년과 2011년에는 패러글라이딩 월드컵(PWC)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빼어난 산세를 감상할 수 있는 수많은 활공장 중 단연 최고로 꼽히는 곳은 제천 비봉산 활공장이라 할 수 있다. 육지 안의 다도해라 불리는 청풍호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어 호수의 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데다, 차량이 아닌 모노레일로 이륙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가까운 곳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영남알프스 가운데 자리 잡은 울산 간월재 활공장이다.

신월산과 간월산 가운데 위치한 억새 평원으로 유럽풍의 대피소와 휴게소 사이로 형형색색의 글라이더가 비상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조영근(빅버드 패러글라이딩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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