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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생각] 주간매일의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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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배우들이 서 있다. 극본에 따라 각각의 배우에겐 역할이 맡겨져 있다. 멋진 주인공도 있고 가냘픈 여인도 있다.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악한도 빠질 수 없다. 사람들은 그들의 연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눈물을 흘린다.

무대의 막이 내려가고 배우들의 분장이 지워진 후, 그 멋진 주인공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관객들을 분노케 했던 나쁜 악당은 사실은 극단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였다. 관객은 그저 '가면'으로 가려진 그 배우의 캐릭터만을 볼 뿐이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선 업무에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그래서 후배 사원들이 늘 어려워하는 부장님. 사실 그는 마음이 너무나 여린, 그래서 스스로 쉽게 상처받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모든 여직원들에게 친절한 김 대리. 그래서 뭇 여성들이 흠모하는 그는 사실은 질 나쁜 바람둥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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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은 타인에게 비치는 모습과 진정한 그 사람의 본모습이 다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는 아마 자신밖에 모르는 것이 아닐까.

타인에게 비치는 한 사람의 외적 성격, 그것이 페르소나(persona)이다. 원래는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의 얼굴을 가리고 (배우의 본모습이 아닌)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에 따르면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가면)를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루어간다고 한다. 그 천 개의 페르소나를 모두 합쳐 그 공통점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본모습에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들어 우리 주간매일의 페르소나는 무엇일까, 어떤 페르소나를 들고 무대에 올라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주간매일이라는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독자)들은 지금의 페르소나를 쓰고 무대에 오른 이 배우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재미있어 하며 다음주 목요일 무대를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릴까. 무대가 끝날 때까지 꾸벅꾸벅 졸기만 하다 혀를 끌끌 차며 공연장을 빠져나가 버리지는 않을까.

새해에 들면서 주간매일은 다시 더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 천 개의 페르소나 중 어떤 것을 들고 무대에 올라야 관객(독자)을 울리고 웃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우리의 관객들이 매주 목요일을 기다릴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그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새해의 두 달도 훌쩍 날아가버리고 3월이 되고 말았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는데, 준비해놓은 것들을 펼쳐내 보이려니 아직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주간매일의 페르소나는 '바보'이다. 독자만 생각하며, 독자들의 기쁨과 즐거움만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바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바보의 고민은 새해 몇 달만이 아닌 1년 내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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