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물질을 배운다며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해 뤽 베송 감독 작 '그랑블루'를 보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난 직원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 '현재 물질을 배우고 있으니 거대한 푸르름을 느끼고 나면 그 영화가 다른 감흥으로 다가오겠지'라며 혼자 중얼거렸다. 20년 만에 감독판이 나왔는데 내용이 한 시간 정도 추가되었다. 20년 전 할리우드판에서는 빠졌던 명장면들이 많았다. 대작은 역시 감독판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자크 마이욜과 엔조 마이오르카는 물질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심 100m를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종래의 고전적 잠수의학에서는 인간이 수심 70m를 넘게 무호흡으로 스킨다이빙을 하면 흉곽압착으로 사망할 것으로 보았다. 흔히 이런 무호흡 잠수를 '프리다이빙'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은 수심 100m 이상을 잠수해 그 이론을 깨뜨렸다. 불굴의 의지와 목숨을 건 도전으로 벽을 깬 것이다. 자크 마이욜은 1976년 49세 나이에 수심 100m를 잠수했다. 인간의 몸이 수심 100m에서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몸으로 증명한 것이었다. 1983년에는 수심 105m를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엔조 마이오르카는 1988년 57세 때 101m 잠수 기록을 세웠다. 마이욜과 마이오르카는 네 살 차이.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이욜은 홀로 살다가 2001년 74세의 나이로 자살했다. 영웅의 자살 소식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후에도 제노니, 피핀, 펠리자리 등 많은 다이버들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다이버 허버트 니치는 2007년 무호흡으로 214m를 잠수해 기록을 경신했다.
그랑블루 영화에 나오는 잠수 종목은 노리미트라 부르는 무제한 방식이다. 무호흡으로 추를 달아 무서운 속도로 하강하였다가 상승 시에는 추를 버리고 부력기구로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이다. 프리다이빙에는 수영장에서 하는 것을 포함해 수평으로 잠영하기, 숨 참기 등을 포함해 8가지 종목이 있다. 고정웨이트를 비롯해 가변웨이트, 무제한 종목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들 프리다이버들은 일반인과는 신체 조건이 좀 다르다. 보통사람의 폐활량이 4~6ℓ정도인데 그들은 8~9ℓ가량 되고 숨을 참으면 8분에서 9분까지 견딘다. 키도 190㎝가량 되지만 몸은 날씬하다. 폐활량을 키우기 위해선 힘든 훈련이 필요하다. 실제대회에서 100m가 넘는 수심에서 숨을 참는 시간은 3분 내외이다. 1999년 피핀은 무제한 종목에서 138m를 잠수해 신기록을 수립했다. 제엔루카 제노니의 기록을 무려 24m 경신한 것이다. 그는 2000년 3분12초 만에 162m를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그의 아내 메스트리 역시 여성으로서 최초로 130m의 기록을 세워 챔피언이 됐다. 2년 뒤 166m의 연습다이빙을 성공하고 일주일 후 171m에 도전해 목표에는 도달하였으나 상승 도중 부력기구의 문제로 의식을 잃고 물 밖으로 나와 결국 사망했다.
자크 마이욜의 다큐가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길 바란다. 다큐를 보면 자크가 인도에 있는 요가 스승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뼈와 근육만 남은 진짜 성자 같은 옛 스승을 찾아가 함께 호흡하며 명상하는 장면, 실제로 수영장에서 훈련하는 장면, 돌고래와 교감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를 만날 수 있다. 그 거대한 푸르름을 느껴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더 깊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고 달래고 응원해야 한다는 것을. 물질계의 영웅 자크 마이욜은 갔지만 그 거대한 푸르름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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