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항공전자산업 아시아 허브 '영천'] ⑨아시아 태평양 지역 MRO 시장

싱가포르, 세계 시장의 10% 차지…연구개발 허브

싱가포르는 셀레타 공항에 항공산업단지를 조성해 아시아 항공기 MRO 허브로 떠올랐다. 셀레타 항공산업단지 내 싱가포르 MRO 업체인 ST 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정비 모습. ST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싱가포르는 셀레타 공항에 항공산업단지를 조성해 아시아 항공기 MRO 허브로 떠올랐다. 셀레타 항공산업단지 내 싱가포르 MRO 업체인 ST 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기 정비 모습. ST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보잉은 호주 앰벌리 공군기지에서 F/A-18을 비롯해 여러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 호주 공군 제공
보잉은 호주 앰벌리 공군기지에서 F/A-18을 비롯해 여러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다. 호주 공군 제공

항공우주산업 선진국들은 대부분 글로벌 항공기업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 제조 및 부품 공급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자금과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항공산업의 특성으로 볼 때 미국과 프랑스는 물론 영국,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가 함께 보잉 및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제조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항공기 제조뿐만 아니라 운용을 위한 유지'보수'정비(MRO) 분야도 항공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산업협회(AIA)는 전 세계 MRO 시장규모가 2022년에는 현재의 2배인 847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여행 수요에 따른 항공기 증가로 MRO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잉이 영천에 항공전자 MRO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관련 시장규모 확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MRO 분야의 선두주자인 싱가포르와 호주의 항공산업을 살펴본다.

◆아시아 항공기 MRO 허브-싱가포르

싱가포르는 1900년대에 정부 주도의 항공산업 전문화 정책 추진으로 아시아 항공기 MRO 허브로 자리 잡았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우수한 전문인력, 항공산업 인프라, 국제공항 등을 바탕으로 고용 창출에 유리한 항공기 정비(MRO)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싱가포르의 항공산업구조는 MRO 분야 90%, 제조 분야 10%로 구성돼 있다.

싱가포르의 창이국제공항 및 주변 로양단지에는 항공기 MRO 전문단지가 조성돼 있다. MRO 전문단지에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항공기 정비업체인 SIA 엔지니어링 컴퍼니와 ST 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12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7년부터 창이국제공항 및 주변 MRO 전문단지의 포화 상태를 감안해 북동부 셀레타 공항을 활용해 추가로 항공산업단지(Seletar Aerospace Park)를 조성하고 있다.

'셀레타 에어로스페이스 파크'는 셀레타 공항과 주변 320ha 부지에 201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부지 320ha 중 160ha는 항공산업단지 개발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셀레타 공항 활주로로 쓰인다. 셀레타 공항은 이전에 군사기지로 사용됐으나 현재 비행학교의 비행 연습에 주로 이용된다. 항공산업단지 전용 공항으로 변신한 셀레타 공항은 활주로(1천836m), 항공기 계류 시설, 항공기 엔진점검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셀레타 항공산업단지를 항공기 MRO 및 제조, 전문인력 교육'훈련 시설 등을 갖춘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3단계 사업을 추진 중인 셀레타 항공산업단지에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봄바디어(Bombardier), 벨헬리콥터(Bell Helicopter), 에어버스 헬리콥터(Airbus Helicopter), 프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 ST 에어로스페이스(Singapore Technologies Aerospace) 등 10여 개의 기업이 입주했다.

롤스로이스는 셀레타 항공산업단지에서 보잉 787 및 에어버스 A380 항공기용 엔진을 조립하고 시험할 예정이다. 프렛 앤 휘트니는 최근 셀레타 항공산업단지에서 정비센터(repair center) 개소식을 열고 엔진 부품 수리 및 지원 업무를 시작했다. ST 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유지'보수 및 화물기 개조를 위한 신규 격납고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벨헬리콥터는 로양의 정비(overhaul) 시설을 셀레타 항공산업단지로 이전한 뒤 세스나 에어크래프트(Cessna Aircraft)와 건물을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항공산업은 1990년 이후 매년 1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MRO 중심의 항공산업에서 2012년 87억싱가포르달러(싱가포르 1.27달러=미국 1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항공분야의 근로자 수는 2만여 명으로 대부분 전문 기술자들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난양 이공대학이 항공분야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며 항공산업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보잉, 탈레스, 롤스로이스, GE, ST 에어로스페이스 등 세계적인 항공우주 기업들의 연구개발 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의 25%, 세계 MRO 시장의 1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MRO 부문 투자 활발-중국, 말레이시아

중국은 향후 항공기 증가로 세계 MRO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의 MRO 시장 규모를 2013년 36억달러에서 2023년 78억달러로 전망했다. 중국 MRO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8.1%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균 성장률 4.3%의 2배에 가깝다. 중국은 전 세계 MRO 시장의 5%와 아시아 태평양 MRO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MRO 전문업체들이 합작투자 형태로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항공기 정비업체인 ST 에어로스페이스는 광둥공항관리유한공사(Guangdong Airport Management Corporation)와 합작 투자사를 설립해 중국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서 M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meco 베이징'은 중국국제항공(Air China)과 독일의 항공업체 루프트한자가 60% 대 40%로 합작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항공기 기체, 엔진, 부품 등의 유지'보수'정비를 담당한다.

엔진 제조업체인 GE, 프랫 앤 휘트니, 롤스로이스 등도 중국 MRO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15년 세계 항공기 MRO 시장의 5%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항공우주 분야를 성장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05년에는 '말레이시아 국제항공우주센터'(MIAC)를 설립해 수방(Subang)공항을 중심으로 MRO 전문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항공우주센터는 MRO 전문단지에 항공기 유지'보수'정비 기반과 헬리콥터센터, 일반항공센터, 항공우주훈련센터, 항공우주기술센터, 비즈니스지원센터 등을 함께 구축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에는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유로콥터(Eurocopter), 하니웰 에어로스페이스(Honeywell Aerospace), 루프트한자 테크닉(Lufthansa Technic) 등 외국 항공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말레이시아는 항공기 MRO 산업 육성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40억달러 및 일자리 2만여 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MRO, 항공산업 매출의 29.8% 차지-호주

호주의 항공산업 매출액은 2012년 36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액의 부문별 비중은 민간 항공기 및 부품 33%, 군용 항공기'부품'유도탄 30.5%, 항공기 유지'보수'정비 29.8%, 경비행기'부품 6.7% 순이다. 항공산업 매출 중 수출은 25%를 차지한다. 항공기업 830여 곳에서 근로자 1만4천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호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주요 항공기업들에게 고부가가치 부품을 공급한다. 보잉, 에어버스, 록히드마틴, 유로콥터, BAE 시스템즈 등 글로벌 항공기업들이 호주의 전문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보잉은 북미 이외 지역에서는 호주에 가장 큰 항공기 기체부품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민항기 부문의 자회사인 '보잉 에어로스트럭처 호주'는 멜버른에서 직원 1천3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보잉 에어로스트럭처 호주'는 B787, B737, B747, B777 등 여러 항공기의 날개 조종면을 생산하고 있다.

보잉의 방위'우주'안보 부문 자회사인 '보잉 디펜스 호주'(BDA)는 호주 전역 13곳에 직원 1천200명을 두고 있다. BDA는 호주의 선도적인 방위부문 항공우주기업으로 호주공군(RAAF)'해군'육군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BDA는 항공기 유지 및 개조, 승무원 훈련, 군수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잉은 브리즈번 인근 앰벌리 호주공군 기지에서 C-17 수송기, F/A-18 슈퍼호넷, 조기경보통제기(AEW&C) 등 여러 항공기의 정비 및 부품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호주의 항공기 MRO 산업은 빅토리아주 멜버른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멜버른에는 호주에서 가장 큰 MRO 업체인 존홀랜드항공서비스(JHAS)가 위치하고 있다. 멜버른은 기술력 있는 근로자와 핵심 지원시설을 기반으로 MRO 허브를 구축해 호주 민항기 정비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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