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뚫린 KT 개인정보 1,200만 명 '분통'

해커가 빼내 휴대전화 판매 사용…2명 구속

해커가 KT 회원 1천2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휴대전화 판매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들은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에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KT 홈페이지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휴대전화 영업에 사용한 혐의로 해커 A(29) 씨와 B(38)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를 도운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 C(37)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고유 숫자를 무작위로 자동 입력하는 신종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 KT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왔다.

이들은 많을 땐 하루 20만∼30만 건씩 1년간 1천200만 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집 주소, 직업, 은행계좌 등의 정보를 털었다. 이는 전체 KT 가입고객 1천600만 명 중 75%에 이르는 규모이다. 이렇게 빼낸 고객정보는 휴대전화 개통 및 판매에 활용됐다.

2012년에도 전산망을 해킹당해 회원 873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이 있는 KT는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유출 경위를 파악하고 개인정보 불법매매 사이트를 단속하는 등 2차 피해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신용카드사와 통신사 등의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에 불안하다.

김지영(29'여) 씨는 "인터넷에 가입하는 순간 개인정보 유출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동의'란에 표시하는 게 내 정보를 빼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배현정(31'여) 씨는 "이렇게 허술하게 해킹당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가 'IT강국'이란 말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며 개인정보 관리에 불신을 드러냈다. 백원준(31) 씨는 "지난달 카드사 정보유출 때 나의 정보가 털렸다. 지난달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통신사를 KT로 옮겼는데 재수없다"고 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 변화와 철저한 보안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모(25) 씨는 "스팸 문자가 부쩍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보유출 소식을 듣고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불쾌하고 불안하다. 통신사들이 광고에 돈을 쏟아붓는데, 그 비용을 개인정보 보호에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상설(27) 씨는 "시민들도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마구 뿌려놓고 그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여기는 의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허진(54) 씨는 "대기업 보안이 개인 해커 공격에 못 당할 정도로 허술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보안대책을 세우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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