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이번에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뛰어난 경기를 보였지만 아깝게도 은메달에 그쳤다. 많은 사람들이 무척 안타까워했는데 그 중에는 "혹시 내가 보면 실수라도 할까 봐 일부러 안 보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숨죽이고 있었는데…"라는 이들도 꽤 있었다. 이런 것을 두고 굳이 이름 붙인다면 '관중 징크스'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징크스'(jinx)라는 말도 20세기 초반 미국 야구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해서 널리 퍼졌다고 하니 운동 경기와 관련이 깊다. 단어의 유래에 대해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고대 그리스에서 길흉을 점칠 때 이용한 융크스(Junx)란 개미잡이 새의 이름이다. 이 새가 잡는 개미를 통해 운명을 점쳤는데, 여기서 징크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징크스를 '조작적 조건화'로 설명한다. 우연히 연결된 상황이 반복되고, 그걸 믿으면 징크스가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험 전날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는 징크스가 있다. 어느 날 시험을 망쳤을 때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 전날 손톱을 깎았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렇게 '전날 손톱을 깎았다'와 '시험을 망쳤다'가 연결되면 징크스가 된다는 얘기다.
한편 정신과 의사들은 징크스의 이면에는 자신감의 결여와 같은 심리적 허약함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갖고 있는데, 이렇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징크스는 탄생한다는 것이다.
축구나 야구팬들 중에는 "내가 보는 경기는 꼭 지더라"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국내의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여기에 대해 통계적으로 재미있는 분석을 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가지고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남자 국가대표 A매치 승률을 조사했는데, 총 241번의 경기에 49번을 패해 고작 다섯 번 중 한 시합에서 졌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징크스가 생겼을까? 문제는 축구팀에 있지 않고 응원하는 관객 즉, 우리들에게 있다. 만일 모든 시합을 봤다면 다섯 번 중 단 한 시합에서만 지는 걸 보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선과 같은 어려운 경기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되고, 두 번에 한 번꼴로 지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에 자기가 보면 지는 걸로 느끼게 된다는 흥미로운 분석이다.
결국 '내가 보면 지더라'는 징크스는 근거 없는 미신일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좋더라'는 긍정적 자기암시는 자기확신으로 연결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도 있다. 김연아 선수는 징크스를 되도록 만들지 않으려고 하지만, 스케이트는 오른쪽부터 신는다고 한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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