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집보다 정원이라는 말이 있다. 수수한 벽돌집으로 상징되는 영국의 가정집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영국인이 집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정원이다. 넓고 잘 손질된 정원이 있다면 집값은 훨씬 올라간다. 정원 없는 집에서 살기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라니 영국인의 정원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좌우대칭의 기하학적 배치에다 분수와 화려한 조각품으로 장식된 프랑스식 정원과 달리 영국식 정원은 인공미를 배제하고 각종 꽃나무와 잔디밭, 연못 등 조화로운 배치가 특징이다. 시골 풍경을 정원에 끌어들인 이런 영국식 정원의 틀을 닦은 인물이 랜슬롯 브라운(1715~1783)이다. 그는 자연을 닮은 정원을 이상적인 영국식 정원으로 여겼다. 영국식 정원을 '풍경 정원'(Picturesque garden)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절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일 만큼 정원 꾸미기는 영국인에게 생활 그 자체다. 어디서든 묘목과 모종, 씨앗, 원예 도구 등을 파는 가게(Nursery)를 흔히 볼 수 있고 정원 관련 산업도 발달했다. 세계 정원 문화의 트렌드를 이끄는 180년 전통의 '첼시 플라워쇼'도 영국의 자랑거리다. 왕립원예협회(RHS)가 주최하는 첼시 플라워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원예박람회로 2011년 황지해 씨가 선암사의 전통 뒷간을 소재로 한 '해우소 가는 길'로 소형 정원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화장실을 테마로 한 정원 작품에 심사위원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화장실 주변을 하나의 작은 정원으로 꾸며낸 한국식의 절제된 자연미가 경이롭다고 평했다.
황 씨는 최근 런던 미니어처 가든쇼에서 '독도'를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했다. 그런데 3D 프린트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미니어처 정원 전시회라는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외부 세력의 항의를 받은 주최 측이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제목을 '제주도'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작품으로 철거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프랑스 앙굴렘 만화제에 이어 또다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작가의 거부로 런던 전시는 그대로 진행하되 일본 전시는 취소되고 네덜란드, 호주 등 순회 전시는 현재 불투명하다고 한다. 예술 작품을 겨냥한 역사 지우기 만행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탄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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