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팽팽하던 고무줄이 툭 끊어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봄은 여행의 계절이다. 늘 마음속에 그리던 '그곳'으로 훌쩍 떠나보자. 이맘때면 봄철 별미를 찾아가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미식가들이 많다.
◆남쪽 바다 통영
봄이 되면 전국에서 감칠맛 나는 제철 먹거리의 소식이 들려온다.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북돋워 줄 음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입맛 살아나는 이 계절, 식객으로 변신해 남쪽 바다의 고장 경남 통영으로 맛 기행을 떠나보자.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로는 늘 전라도 음식이 손꼽힌다. 하지만 제철 바닷가 별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술의 고장 통영은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지만, 먹거리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사계절 언제나 입맛 당기는 음식이 많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여름에는 갈치 호박국, 겨울엔 물메기탕 등 철마다 해산물이 풍성하다.
지난주 금요일. 대구에서 구마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반 만에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 앞바다는 아직도 겨울의 끝자락이 남아 있다. 봄 바다 여행이니 봄철별미를 맛보는 것이 우선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통영은 전국에서 도다리쑥국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향긋한 쑥 향이 그윽한 도다리쑥국 전문집은 통영항 근처 서호시장 주변이 가장 유명하다. 그리고 무전동, 정량동, 항남동에서도 도다리쑥국 전문집이 많다.
봄 도다리쑥국은 통영지역의 명물 향토음식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미식가들은 통영항 앞 수정식당과 분소식당을 많이 찾는다. 주말이면 길게 줄서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들 식당에서는 통영의 또 다른 별미인 졸복국'멍게 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별미를 즐긴 후 전국 최고의 벽화 마을로 소문난 '동피랑'을 찾아가 보자. 통영은 예술의 고장이라 볼거리도 많지만, 동피랑도 꼭 한번 방문해야 하는 곳 중 하나다. 동피랑 마을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내려다보면 한국의 나폴리라는 아름다운 통영항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펄펄 뛰는 활어, 통영 서호시장
통영에서 싱싱한 회를 맛보고 싶다면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에 가면 된다. 퍼득 거리는 생선의 힘찬 몸놀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직접 횟감을 골라 맛보는 것도 괜찮다. 흥정만 잘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회 맛'을 볼 수 있다.
서호시장은 평일에도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서호시장 활어구역을 한 바퀴 휘돌아 본 후 바다소리 횟집(055-645-3783)에서 큼지막한 광어 한 마리를 흥정했다. 인상이 좋은 김대성(37) 사장은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서울에서 온 두 부부도 도다리를 흥정해 횟감을 마련한다.
회를 떠 2층 횟집으로 올라가면 부인 조수미(26) 사장이 손님을 맞이한다. 6천원이면 매운탕도 해준다. 통영에서 별미를 즐긴 후 내친김에 거제도로 향한다. 구조라 해수욕장과 몽돌해변을 한 바퀴 휘돌아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봄 바다의 강렬한 맛, 당진 간자미
봄 입맛이 뚝 떨어졌을 때에는 충남 당진으로 핸들을 돌리자. 당진의 봄 포구에는 싱싱하고 강렬한 간자미회가 기다리고 있다. 홍어는 삭힌 뒤 톡 쏘는 맛을 즐기는 데 반해 간자미는 삭히지 않고 회무침으로 즐겨 먹는다. 간자미는 수놈보다는 암놈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당진의 포구 중 장고항은 아름다운 어촌풍경으로 유명하다. 해변에서 풋풋한 바다 향을 맡으며 싱싱한 회 한 점 즐기면 금상첨화다.
3월 중순부터는 당진의 명물 실치회도 맛볼 수 있다. 장고항에서 일출, 일몰로 유명한 왜목마을까지 둘러보는 것은 필수코스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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