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용 교반기 '20년 한우물' 국내 최고 명성…우진

수처리 기계 생산하다 '전업', 회사 수익 기술 개발 재투자

산업용 교반기 설계
산업용 교반기 설계'생산 전문 업체인 우진은 일찌감치 선진 기술을 배워 우수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우진 직원이 교반기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우진 제공

작년 12월 대구환경공단이 대구 기업 우진과 공동 개발한 '초절전 소화조 교반용 신기술'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으로부터 기존 제품보다 월등히 효율이 좋다는 공인인증을 받았다. 신기술을 적용하면 에너지가 97% 절감되는 것은 물론 연간 수선 유지비를 기존 제품에 비해 90% 이상 줄일 수 있다. 환경공단 측은 "교반기 분야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우진과 함께 연구개발해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용 교반기(agitator) 설계'생산 전문 기업인 우진은 20년 넘게 교반기 하나만 파고들어 국내 선두가 됐다. 우진은 영업을 하지 않아도 관련 업계에서 항상 러브콜이 쏟아지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교반기에 미치다

1992년 문을 연 우진은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교반기'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교반기는 액체와 액체, 액체와 고체, 또는 분체 등을 섞기 위한 기계다. 상하수도처리 작업에서부터 석유화학, 발전설비 등에서 사용한다.

우진 주윤식 대표는 "교반기는 우리 일상생활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며 "음식을 섞는 것에서부터 물'석유 등을 정제하는 과정, 분뇨처리 등 안 쓰이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당초 수처리기계를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했던 주 대표는 "교반기에 10년만 미쳐보자"는 생각으로 동업하던 일을 정리하고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쏟아부어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국내서 교반기에 대한 기술을 가진 곳이 없어 결국 외국에서 기술이전을 받기로 했다.

우진은 10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기업과 기술제휴를 맺었다. 주 대표는 "틈만 나면 미국 회사의 연구소를 찾아가 하나라도 더 배우려 했다. 자료들을 계속 축적해 국내에서 직원들과 연구했다"고 말했다.

1995년 우진은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400대의 교반기 생산 주문을 받았다. 금액으로 40억원이 넘었다. 주 대표는 "이제 결실을 맺는가 했더니 외환위기(IMF)가 닥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술제휴를 맺은 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던 우진은 IMF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엄청난 손해를 봤다. 주 대표는 "기술제휴 회사를 찾아가 금액을 낮추고 기간을 연장하는 등 갖은 노력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에 사활 걸어

혹독한 시련기를 거친 우진은 설립 4년이 되면서 기술제휴를 맺었던 기업의 도움 없이도 직접 교반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후 우진은 제품 제작 라인을 모두 외주발주로 전환했다. 오로지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기 위한 것이다.

주 대표는 "글로벌 기업을 만나면서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술력이 없으면 기업은 생명을 잃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버는 돈을 거의 대부분 기술 개발에 재투자했다. 당시 국내 업체에서는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시뮬레이션 장비와 값비싼 프로그램 등을 구입했다. 직원 모두에게 컴퓨터를 제공했으며 문서를 디지털화했다.

주 대표는 "교반기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직원을 골라 연구소를 설립했다. 열정적인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꾸준한 연구와 기술 개발로 실력이 쌓인 우진은 1998년 환경부 주관 'G-7 환경기술 개발사업'에서 수자원공사연구소와 공동으로 '정수장 자동화 및 정수 관련 기자재의 개발'에 참여했다.

3년간 6억7천여만원을 투입해 마침내 순수 국산 기술로 하이드로포일(hydrofoil'수중날개) 임펠러(impeller'원심펌프 내부에서 회전하는 날개)를 개발해냈다.

임펠러는 교반기에서 물질을 섞는 데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그동안 하이드로포일 임펠러를 적용한 교반기는 우진이 해외에서 들여왔던 것이 전부였다. 우진의 하이드로포일 임펠러를 적용한 교반기가 성공하면서 이 제품은 개성공단에서부터 제주도까지 모두 7천 대가 설치됐다.

이 밖에도 산업자원부 주관 '한국형 배연탈황공정의 흡수탑용 교반기 국산화 개발', 환경부 주관 '하수처리장의 공정 개선을 위한 녹색교반기술 개발' 등 수십여 개의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고유 분야를 개척한다

우진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고유 영역'을 확보했다. 우진은 고객이 주문하는 것 이상으로 성능을 개선해 납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 대표는 "남들은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남기려고 스펙을 낮추지만 우리는 반대로 했다"며 "당장의 이익보다 기술을 상향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우진 측은 초기에 수억원을 들여 연구장비와 프로그램을 도입한 덕분에 임펠러 특성값과 교반기 성능을 객관적으로 사전에 수치화할 수 있었다. 설계기술, 설계검증, 시공검증을 다 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에게 언제나 더 나은 제품 제안이 가능하다.

주 대표는 "우진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면 고객에게 팔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그만큼 기술에 자신을 가지고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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