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속 204km…극한 환경서 車성능 한계 점검

달성 '지능형차부품주행시험장' 정식 개장

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은 자동차가 최고시속 204km까지 달릴 수 있는 길이 1.8km, 폭 250m의 고속주회로와 각종 특수로를 갖추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능형 자동차부품 시험장은 자동차가 최고시속 204km까지 달릴 수 있는 길이 1.8km, 폭 250m의 고속주회로와 각종 특수로를 갖추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현풍 IC에서 승용차로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낙동강변. 흙먼지 날리는 대구국가산업단지 공사현장을 지나자 쭉 뻗은 왕복 6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위용을 드러냈다. 만 2년 6개월여 공사 끝에 완공돼 이달 초 정식 개장한 '지능형자동차부품주행시험장(이하 주행시험장)'. 활주로를 연상시키는 1.5km 직선 코스(총 연장 3.7km)와 최첨단 정보(IT)통신망을 갖춘 9개의 시험로(路)가 39만4천㎡ 부지에 펼쳐져 있다. 13일 주행시험장 측의 협조를 얻어 시험차량 조수석에 동승했다.

◆주행 시험장, 승용차로 달려보니

"좀 어지러울 겁니다."

직선 도로를 130km로 달리던 산타페 차량이 곡선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도는 순간이었다. 경륜장처럼 가장자리가 높은 이 곡선도로의 길이는 100여m. 차체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며 달린다 싶더니 지평선도 오른쪽으로 휙 기울었다. 속도는 120km. 그대로 앞을 보고 있자니 2, 3초도 안 돼 눈이 질끈 감겼다.

주행시험장에는 모두 9개 시험코스가 있다. 이중 지능형 교통 설비(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고속주회로는 최고 204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이 코스의 곡선도로는 가장자리는 왼쪽이 30도 높게 솟아있다. 시험 운전자는 "이런 구조 때문에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아도 차가 밖으로 이탈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코스에선 자동순항시스템, 차선이탈경고, 고속주행시험 및 안정성 시험이 이뤄진다.

특수로 코스에선 11개 시험이 가능하다. 울퉁불퉁한 자갈 모양 도로, 파도 모양의 도로, 1m까지 잠기는 침수로, 빨래판 같은 요철도로, 악천후를 재현한 도로 등 부품의 내구성과 강성을 시험하는 구간이 이어져 있다.

타이어, 차체에서 발생하는 소음도를 측정하는 외부 소음 시험로, 젖은 도로에서의 제동력을 보는 시험로, 제동장치와 타이어 개발을 위한 범용로, 경사로에서의 클러치 성능이나 주차 브레이크 성능을 보기 위한 등판로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도 특이한 코스는 차량-도로 연계 시험 교차로다. 실제 도로와 똑같이 설계된 이곳에선 보행자 보호 장치, 충돌 회피 시스템 평가가 이뤄진다. 얼마 전엔 주행시험장 첫 의뢰작인 '자동긴급제동장치' 시험이 진행되기도 했다.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한 앞 차량 등 장애물을 스스로 감지해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장치로, 유럽에 수출하는 차량의 안전성 테스트 항목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주행시험장 내 관리동에는 통합관제실이 있다. 대형 스크린으로 각 코스를 실시간 관찰할 수 있고, 각종 시험 테이터가 통합관제실 모니터로 전송돼 부품이나 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적합한지 판단한다. 특히 시험장 전 구간에는 근거리 전용 통신(DSRC), 무선랜, 차세대 무선 교통통신인 웨이브(WAVE) 기술을 구축, 차량간 첨단 지능형 교통시스템이 가능하다.

◆자동차 부품업계 발전 기폭제로

주행시험장에서는 지능형자동차부품 및 ITS 특화시험에 관한 국제 표준인증 규격(ISO/TC 204) 36개 시험항목 중 33개의 시험항목을 수행할 수 있다. 지능형자동차, 즉 IT기술을 이용한 첨단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 스페인, 미국 등에도 주행시험장이 있지만 시험 항목은 1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주행시험장에는 국비 355억원, 대구시비 583억원, 민자 등 총 975억원이 들었다. 에스엘㈜, 한국델파이㈜, ㈜평화발레오, 경창산업㈜, ㈜삼보모터스 등 대구경북 43개 자동차부품기업이 참여하고, 현대자동차그룹, 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와 현대모비스, 넥센타이어 등이 특별회원사 자격으로 동참했다.

최첨단 시설이 총망라된 이 시험장이 본격 운영되면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수도권 시험장으로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각종 부품을 시험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이 주행시험장의 건립을 담당했던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은 최근 (재)지능현자동차부품진흥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향후 운영 전략 수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선봉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장(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은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는 2007년 600여개, 9조원 매출에서 2013년 1천170여개, 23조원 매출을 올리며 지역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주행시험장은 이런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계가 발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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