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지역 외면하는 네이버 모바일 뉴스

지난달 17일 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칠 무렵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소식이 속보로 떴다. 스마트폰에 깔아둔 언론사 뉴스 앱마다 긴급 뉴스를 전하는 속보 문자가 잇따랐다. 대학생 수십 명이 붕괴 건물 아래에 깔린 대형 사고로 말미암아 스마트폰 네이버 뉴스는 밤늦도록 실시간 현장 기사로 들끓었다. 이날 본사 취재진 6명도 경주 사고 현장에 급파돼 밤을 지새우며 수십 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튿날, 밤을 달군 경주 사고 소식에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모바일 네이버 뉴스에는 왜 매일신문 기사가 안 보여? 서울 지역 언론사들이 쓴 기사만 나오던데 어떻게 된 거야?"

안타깝게도 지인의 말은 사실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즐겨 찾는다는 '국민 포털' 네이버(NAVER)지만 모바일 네이버 뉴스에서는 PC나 노트북에서와는 다르게 매일신문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매일신문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역 언론사 기사가 한 건도 나오지 않는다. 검색의 대명사인 네이버 검색창에서 기사를 찾아봐도 마찬가지다. 지역 뉴스가 검색되기는 하지만 모두 서울에서 발행하는 매체들이 쓴 기사들뿐이다.

모바일 네이버 뉴스에 지역 언론사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인들의 푸념에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역에서 알아주는 언론사라더니…." 하는 말까지 듣노라면 네이버에 배신당한 기분도 든다.

왜 이렇게 된 걸까. PC 네이버에서는 검색을 통해 다양한 지역 언론사 기사를 볼 수 있다. 네이버가 지역 언론사를 포함한 전국 380여 개의 매체와 검색 제휴를 맺고 검색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 네이버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네이버는 수도권에서 발행하는 100여 개의 매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기사 제휴를 맺고 이들이 제공한 기사로 모바일 뉴스 섹션을 운영하거나 모바일 검색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역 언론사와 모바일 기사 제휴를 맺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지역 언론사의 모바일 제휴 요청에 네이버는 지금까지도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기사 제휴는 언론사든 네이버든 서로 강제할 수 없는 일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왜 지역 언론사는 빠져 있느냐?'는 목소리가 '억지'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에 유감인 이유는, 지역 언론이 빠진 모바일 네이버 뉴스는 지역 여론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데다 자칫 지역 차별이라는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모바일에서 지역 언론을 일부러 배제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 처지에서는 지역 뉴스가 전국 뉴스와 비교하면 덜 매력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 뉴스가 포털에 유통될 이유는 충분히 있다. 국민의 절반은 지역에 살고 있다. 서울 간 자식도, 업무상 객지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도 고향 소식이 궁금하고 그리울 때가 있다. 지역 뉴스도 '뉴스'다.

뉴스는 기업의 일반 제품처럼 또 하나의 물건쯤으로 취급될 사안이 아니다. 뉴스는 여론을 전달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공공성, 공익성을 지니고 있다. 뉴스 유통의 '슈퍼 갑' 네이버의 지역 뉴스를 외면하는 모바일 정책으로 인해 지역 언론사들은 온라인의 경영 위기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도 한참 동떨어지는 일이다.

한때 우리는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던 시대를 겪었다. 일도일지제(一道一紙制)로 지역을 갈라 언론을 통폐합하던 시절도 경험했다. 모바일 시대를 맞은 지금, 뉴스를 접하는 데 서울과 지역의 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때와 장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골에서도 지구촌 뉴스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연결 고리의 중심에 네이버가 있다. 모바일 네이버에 지역 여론이 없다는 것은 '국민 포털'로 사랑해 주는 누리꾼들과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진달래가 화창한 봄이다. 네이버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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