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경 부러지고 귀 훼손…채문식 흉상 잇단 수난

건립비 지원 문경시 골머리

채문식 전 국회의장의 흉상이 안경테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두 곳은 부러져 보기 흉한 상태로 23일 방치돼 있다. 고도현 기자
채문식 전 국회의장의 흉상이 안경테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두 곳은 부러져 보기 흉한 상태로 23일 방치돼 있다. 고도현 기자

채문식 전 국회의장(1925~2010)의 흉상(본지 2012년 1월 30일 자, 2월 7일 자 6면 보도) 훼손 사건이 잇따르자 건립비 2억원 전액을 부담한 문경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흉상은 건립 당시에도 채 전 의장이 1980년 들어선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 부의장을 맡았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문경시는 이달 17일 문경 영강문화센터 내에 세워진 채 전 의장의 흉상 일부가 훼손된 것을 시민들이 발견해 신고했으며, 현재 복구에 나섰다고 23일 밝혔다.

흉상 얼굴과 귀 등 5곳이 날카로운 물건에 의해 훼손됐으며, 안경테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두 곳은 부러져 보기 흉한 상태가 됐다. 앞서 지난해 4월에도 오석으로 만든 채 전 의장의 비문에 누군가 노란색 페인트를 뿌려 엉망이 된 것을 문경시가 재정비한 바 있다.

이 흉상은 지난해 3월 문경시가 '채문식 흉상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학문 전 문경시장)의 사업비 2억원 전액지원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건립했다.

채 전 의장은 문경 출신으로 6선 국회의원과 여당대표, 국회의장 등을 역임했으며 박정희 정권에서는 야당인 신민당 의원이었다. 그러나 1980년 신군부의 국보위에서 부의장으로 변신, 민주화 동지들과 결별하고 신군부에 협조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역에선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흉상 추진 당시 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역사적 검증과 시민들의 동의 등 공감대 형성 없이 건립할 경우 두고두고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며 "혈세를 들이는 흉상 건립 대상자로 부적절하다"며 재검토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문경시는 비문에 채 전 의장의 국보위 부의장 경력을 기재하지 않기로 하고 건립을 강행했다. 문경시는 이 같은 사건이 채 전 의장의 흉상 건립에 반대했던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흉상 주변에 감시카메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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