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낡고 녹슨 어린이 공원 "뛰어놀기 겁나요"

대구 14개 어린이공원 긴급 점검

어린이공원이 관리소홀로 위험을 노출하고 있다. 낡고 녹슨 놀이기구가 많아 어린이 안전을 해치고 있고 찢어진 고무바닥에 걸려 넘어지는 사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훼손된 어린이공원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이 아이들의 호흡기와 피부를 통해 몸속으로 전해질 수도 있어 어린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본지 기자가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대구 수성구와 동구, 서구 등 6개 구의 14개 어린이 공원을 찾아 놀이기구와 바닥상태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칠 벗겨지고 녹슨 놀이시설

기자는 환경부가 마련한 '친환경 어린이 활동 공간 기준'을 근거로 ▷시설물 도색 ▷시설물 부식 및 파손 ▷바닥 파손 및 오염 ▷놀이 공간 구별 등의 준수 여부를 살폈으나 둘러본 14곳 중 두 곳을 빼고는 1가지 이상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절반 이상은 놀이기구 등 시설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고, 또 벗겨진 곳 대부분은 녹슬어 있었다. 중금속이 포함된 페인트의 조각과 가루는 인체에 유해해 벗겨진 곳이 없도록 관리해야 함에도 방치된 곳이 많았다.

서구 내당동의 경운공원. 2대의 시소는 중심축 지지대와 봉 사이의 접합부 도색이 성인 남성의 주먹 크기만큼 벗겨져 있었다. 그 자리엔 붉게 녹이 슬었다. 손으로 문지르자 녹가루가 그대로 묻었다. 남아 있는 페인트도 손끝으로 힘을 가하자 과자처럼 부스러졌다.

인근의 삼익공원도 쉼터 기둥 하단과 평상 모서리 부분 칠이 새하얗게 벗겨져 있었고, 페인트 조각이 바닥 잔디에 고스란히 떨어져 있었다. 페인트가 떨어져 나간 부위가 날카로워 아이들이 손을 대면 다칠 위험도 있었다.

수성구 두산동 끝동어린이공원의 놀이시설은 플라스틱 창문을 고정하는 금속 나사가 녹슬어 녹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했다. 이곳 그네 앞의 안전봉 가운데 하나는 상단 바가 사라진 채 날카로운 쇠기둥만 남아 있었다.

◆훼손된 바닥 감염 위험 노출

바닥 상태도 좋지 못했다. 14곳의 어린이공원 바닥은 모두 합성고무였으나 절반이 찢어지거나 닳아 패여 있었다. 심한 곳은 흙바닥을 드러냈다. 파손된 바닥재 때문에 아이들이 걸려 넘어진다면 흙 속 미생물과 세균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상황.

서구 내당동 내삼공원은 고무바닥재가 찢어진 곳이 많았고, 미끄럼틀 앞은 심하게 파여 아래쪽 검은색 고무를 드러내고 있었다. 북구 복현동 복현장미공원도 고무바닥이 찢어지고, 몇몇 정사각 모양의 고무바닥은 뒤집혀 있거나 제자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애완견의 분변이나 병원균이 아이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린이 놀이 공간과 화단의 모래, 흙 등은 구분돼야 하지만 이 역시 잘 지켜지지 않았다.

북구 복현장미공원의 그네 타는 곳 아래 있는 모래와 화단 간 거리는 불과 2m 남짓. 화단 경계석이 군데군데 파손돼 화단 흙이 놀이터 모래와 뒤섞인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수성구 지산동 지산어린이공원은 공원 바깥쪽의 풀밭 모래가 어린이 놀이터까지 뒤덮고 있었다. 몇몇 공원에는 놀이터 모래에 먹다 버린 음료 캔과 유리병 등이 있기도 했다.

공원 내 흙과 모래는 미생물과 세균, 기생충 등이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오염됐을 때 반드시 소독하거나 교체해야 하지만 전혀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환경부는 지난해 대구의 어린이공원에서 모래를 소독하거나 교체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고 했다.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환경부에 점검 계획과 사후 처리 보고를 하게 돼 있다. 지난해 대구는 점검 계획을 보고 했으나 보완이나 수리를 했다고 알려온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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