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선거인단, 상향식 공천 '쩐의 전쟁' 되나?

새누리당이 정당 공천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한 '상향식 공천제'가 오히려 금권선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당이 정당 공천 폐지안을 들고 나온 상황에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금품 살포 등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전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

상향식 공천제는 당원과 일반 국민을 50대 50으로 한 선거인단을 구성해 공천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탓에 발생했던 밀실 공천, 공천장사 등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제시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천 후보자들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대상이 지역구 국회의원에서 선거인단으로 바뀌었을 뿐 금권선거로 흘러갈 가능성은 똑같다고 지적했다.

대구 한 예비후보는 "재력이 상당한 한 후보자가 중국에서 지역의 유권자 명단을 거금을 들여 사와 홍보성 문자 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상향식 공천제 안에서는 결국 돈을 많이 푼 후보자가 당원이나 지역민의 표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북 봉화군의 한 예비후보는 "일부 후보의 경우 이미 당원명단을 확보해 당원을 대상으로 지지 운동을 하고 있다. 당원이 압축되고 후보들이 돈을 풀기 시작하면 선거가 돈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에 비해 선거인단 규모가 작은 지방의원 경선일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선거인단 구성은 기초단체장은 지역구 유권자의 0.5% 이상 또는 1천 명 이상, 지방의원은 유권자 수 0.5% 이상 또는 300명 이상이다. 규모가 작은 지역일수록 선거인단 노출도나 후보자와 선거인단의 밀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대구 중구 1선거구의 경우 책임당원은 모두 150명. 책임당원이 곧 당원 선거인단인 셈이다.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각 10만원 상당의 금품만 제공해도 1천50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 공천만 얻는다면 후보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반응이다. 게다가 국민선거인단 역시 지역 인구가 적을수록 후보자와 지인일 가능성이 크다.

대구 중구의 한 예비후보는 "중구는 동네가 작아서 후보들이 책임당원이 누구인지 훤히 다 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기 때문에 몰래 식사나 금품을 대접하며 지지를 부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며 접근하는 소위 '선거꾼'도 활개를 치고 있다.

경북 영주의 한 예비후보는 "벌써 선거를 도와주겠다며 선거꾼들에게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도 "지역의 영향력 있는 유지가 지지군을 확보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면 후보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누리당 당내에서도 상향식 공천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국민선거인단 한 명을 모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5만원가량이다. 선거인단 숫자를 늘리면 금권선거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경선비용이 커질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천 룰이 새롭게 도입된 만큼 불법 선거운동을 단속할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군 단위 등 작은 지역일수록 투표를 해주는 대신 금품을 제공하거나 투표소까지 차량을 제공하는 등의 우려가 크다"며 "차량이 출발하는 장소를 단속하는 등 경선에서의 부정 선거운동을 철저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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