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우에노 나리토시 지음/정기문 옮김/산지니 펴냄
폭력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지만 폭력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폭력은 단순히 인간의 야만성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문명이 발달할수록 폭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치철학가들의 사상으로 폭력을 다층적으로 사유하고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아렌트, 슈미트, 벤야민,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 20세기 전반 독일어권 사상가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인간의 야만이라고 생각했던 폭력의 근원을 다시 묻고 폭력에 관한 논의를 펼친다. 이는 폭력 그 자체에 집중해 폭력이 지닌 여러 층위를 흥미롭게 고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저자는 폭력의 의미를 독일어 게발트(Gewalt)와 영어 바이오런스(violence)의 어원에서 찾는다. 게발트는 '관리, 통제한다'는 의미로 강제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권력'에 가깝다. 반대로 바이오런스는 이러한 함의가 없다. 바이오런스는 어떤 강렬한 힘이 인간의 통제를 넘어 솟구친다는 뜻을 가진다. 이처럼 폭력은 주체의 의지대로 되는 힘과 되지 않는 힘,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저자는 폭력의 이중성을 주목하고 통제된 폭력과 통제되지 않는 폭력 등 폭력의 다양한 층위를 정치철학자들의 논의로 사유하면서 밝히고 있다.
1부 '폭력의 정치학'에서는 게발트로서의 폭력에 집중해 국민국가와 전쟁이라는 근대정치 현상 속에서 어떠한 폭력이 작동했고, 20세기에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지형도를 제시한다. 2부 '폭력의 변증법'에서는 바이오런스로서의 폭력에 눈을 돌려 통제 불가능한 법외적인 폭력이 어떻게 권력 장치의 내부로 회수되었는가를 묻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조건을 탐색한다. 마지막에는 폭력비판의 논리를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논의한다. 20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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