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代 60년' 경북 최고령 서점…영주 스쿨서점

홍사덕 의원도 우리 옛 단골…백발 노인 "아직 있네" 놀라

서점이 사라지는 시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영주시 영주1동 스쿨서점이 올해 개점 60주년을 맞는다.
서점이 사라지는 시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영주시 영주1동 스쿨서점이 올해 개점 60주년을 맞는다.
사진 왼쪽부터 3대 송태근
사진 왼쪽부터 3대 송태근'2대 김시태 스쿨서점 사장

"서점 문을 연 지 반세기가 넘었습니다. 60년 된 서점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겁니다."

경북에 환갑을 맞는 서점이 있다. 바로 영주시 영주1동 스쿨서점. 1954년 문을 열었고, 5월이면 개점 60주년을 맞는다.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이곳 송태근(48) 사장은 자신의 나이보다 더 많은 서점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창업주인 고(故) 김희용(1954년 5월 4일~1972년) 씨가 1대 사장, 창업주의 아들인 김시태(69'1972~2009년 12월) 씨가 2대 사장, 송태근(2010년 1월~현재) 씨가 3대 사장이다. 송 사장이 2대 사장인 김시태 씨로부터 서점을 사들여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서점 주인이 서점의 역사보다 젊은 이유다.

이곳은 영주 학생들의 학창 시절 추억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시민들과 학생들의 놀이터였고, 공부방이자 휴식처였다. 서점 벽면을 장식한 책장에는 옛 서적과 현대서적, 학습지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송 사장이 인수하고 나서 서점은 더욱 산뜻해졌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물론, 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졌다.

1954년 5월 개점 당시 스쿨서점은 단층 건물이었다. 하지만, 2대 사장인 김시태 씨가 가업을 이어받은 뒤 현재의 위치로 옮겨 3층짜리 건물을 만들었고, 복층 서점으로 변신시켰다. 60년 된 '경북 최고령 서점'으로 이어오기까지 2대 사장 김시태 씨의 노력이 컸다. 김시태 씨는 "대학을 마치고 당시 호황이던 가발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잘 벌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서점을 맡으라고 했죠. 기왕에 맡은 것 잘해보자고 결심해 30여 년간을 발로 뛰었습니다.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라니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김 전 사장 등에 따르면 이 서점은 항상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전국 최초로 매장에 냉방기기를 들여놨다. 냉방기기가 있는 곳이 거의 없을 때였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진공청소기를 들여놓은 것도, PC가 드물던 시절 서적 관리 전산화를 위해 PC를 들여놓은 것도 전국 최초였다.

"1970, 80년대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아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책을 훔치는 일도 많았지요. 문제가 발생해도 바빠서 학생들을 꾸지람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교복에 붙어 있던 학생 명찰만 떼고 돌려보냈는데 책 훔치는 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3월 신학기가 끝나고 나면 명찰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사는 게 힘들다 보니 책을 훔쳐서라도 공부하려던 것이었죠. 그래도 장사다 보니 그냥 책을 줄 수는 없고 꾸지람하고 돌려보냈지요." 김 씨의 즐거운 추억이다.

스쿨서점이 키운 인물들은 많다. 대표적 인물이 홍사덕 전 국회의원이다. 이곳에서 책을 사보고 공부를 했다. "한 마디로 스쿨서점은 영주는 물론, 경북의 자랑입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수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스쿨서점 간판을 보고는 서점 안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손을 꼭 잡고 '추억 어린 장소가 그대로 있으니 정말 반갑다'고 환하게 웃습니다."

3대 송 사장은 경영이 쉽지 않지만 손님들의 이런 격려를 들을 때마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송 사장은 요즘 제2의 스쿨서점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직원 숫자도 늘리고 매장도 확장했다. 곧 60주년 기념행사도 준비 중이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고 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꼭 기억해야 할 말입니다."

송 사장은 "스마트폰 탓에 젊은이들이 책을 멀리한다. 서점 매출이 전성기보다 절반으로 줄었지만, 경북 최장수 서점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니라 독서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서점으로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경상북도에 따르면 경북 도내에서 1954년부터 1977년 사이에 개업한 뒤 현재까지 문을 열고 있는 장수서점은 '최고령' 스쿨서점을 비롯해 모두 10곳으로 이 중 4곳이 영주에 있다.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교육도시 영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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