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Sincerity), 공감(Sympathy), 안전(Security).
병원 수술실 벽에 붙은 세 단어는 환자를 향한 인지(인도차이나)클럽 수술팀의 마음가짐이다. 한국 의사들이 매년 제 돈과 시간을 들여 타국의 환자들을 위해 가는 이유는 '나눔의 가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도움으로 35명의 미얀마 환자들이 웃음을 되찾았다.
환자 35명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수술팀은 마지막 날 병원을 찾았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수술 환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입술에 반창고를 붙인 아이들은 한국 의사들을 보자마자 '으앙~'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잔뜩 겁에 질려 병실에 들어왔다가 수술팀이 준비한 선물 꾸러미를 받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만국 공통이다.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김용하 교수는 "수술 뒤 현지 간호사들이 환자 드레싱을 아주 잘해서 수술 부위가 깔끔하게 잘 아물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의료진들은 기뻐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아주대병원 성형외과 박명철 교수는 베트남 라오까이(Lao cai)에서 수술을 하다가 미얀마로 날아왔다. 그는 지금껏 라오스와 베트남만 찾았던 수술팀이 미얀마의 문을 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이다. 이전에 미얀마를 3차례나 찾았고, 마지막 방문 때는 일본 의료진과 함께 와 수술하며 양곤종합병원 측과 신뢰를 쌓았다.
박 교수는 "인지클럽은 돈으로 사람 마음을 사는 단체가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 의사들이 가서 환자들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는데 있다"며 "불교의 나라인 미얀마는 사람들이 강퍅하지 않고 심성이 곱다. 이 진심이 미얀마 의료진에게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진정한 행복은 가지는 게 아니라 나누는 데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술을 잘못하면 환자에게서 뭔가를 뺏게 된다. 수술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라며 수술실 벽에 붙은 세 단어를 가리켰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는 1994년 방글라데시로 수술 봉사를 떠났던 것이 계기가 됐다. 유 교수는 "성형외과 의사가 무슨 수술을 하겠느냐며 가지 말라는 데 오기가 생겨서 따라갔다. 우리가 간 곳은 히말라야 산맥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며 "구순구개열 수술을 한다고 하니까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왔다. 회교도들은 고맙다는 말을 잘 안 하는데 봉사팀이 떠날 때 입술에 반창고를 붙이고 손을 흔들며 고맙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새로운 목적도 있다. 바로 후학 양성이다. 외모를 중시하고, 산전 초음파 검사가 일반적인 한국에서 구순구개열 환자가 태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소수의 환자를 위해서라도 수술 실력을 갖춘 의사가 한국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인지클럽의 공통된 생각이다. 미얀마 수술팀에 성형외과 전공의 2명이 함께 한 데도 이러한 뜻이 숨어 있다.
이번 의료봉사에 참여한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박영수(33) 씨는 "의사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봐야 하는 경험인 것 같다.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지속인데 20년 가까이 이 일을 꾸준히 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느낀 바가 많다"고 했다.
글 사진 미얀마 양곤에서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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