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창조경제 성공비결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다니엘 자이프만 소장이 필자의 초청으로 최근 대구를 다녀갔다. 와이즈만 연구소는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자 유명한 화학자인 하임 와이즈만 박사가 지난 1949년에 설립한 국립연구소로 물리, 수학'컴퓨터과학, 화학, 생물 등 주로 기초과학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추구하는 대학원 중심 연구소이다. 교수, 박사급 연구원, 석'박사 과정 학생을 포함한 총 2천700명의 규모에 불과하지만,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연구소이다. 2013년 QS 대학평가기관의 평가에 의하면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에서 칼텍, 하버드대 등 세계의 기라성 같은 대학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도 3명을 배출하였다.

필자가 자이프만 소장을 초청한 이유는 그들의 놀라운 기술 사업화 성과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활용한 생산 제품의 전 세계 매출액이 작년에 30조원이었고, 연구소가 거두어들인 기술료 수입이 무려 1천억원을 상회한다. 이는 전 세계 어느 연구기관보다도 많은 기술료 수입으로, 우리나라 24개 정부출연연구소 총기술료 수입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이다. 특히, 제약 분야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25개의 신약 중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백혈병 치료제 '글리백' 등 7개가 와이즈만 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와이즈만 연구소가 세계적 기초 연구의 명성과 함께 기술 사업화의 뛰어난 성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응용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철저히 기초 연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응용 연구는 점진적 기술 혁신은 가져오지만 근본적인 돌파형 기술 혁신은 기초 연구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초연 구에 올인하고 있다. 한 예가 '코팍손'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개발이다. 이 연구소의 루스 아논 교수팀은 다양한 폴리머 분자들을 합성한 다중폴리머에 대한 연구를 1966년 시작하였다. 당시 화학 분야에서 매우 새로운 기초연구 분야였는데, 연구 과정에서 특정한 다중폴리머가 경화증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우연히 발견하여 1996년 관련기술을 이스라엘 제약회사 '테바'에 이전하여 '코팍손'을 탄생시킨 것이다. 응용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기초연구가 30년 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된 것이다.

둘째, 연구 분야보다는 과학자의 수월성을 우선으로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다. 분야에 상관없이 뛰어난 과학자를 유치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고의 과학자를 유치하여 초기 정착 연구비를 10억~100억원 규모로 충분히 지원해 주고, 연구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남들이 시도하지 않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20, 30년을 내다보는 도전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끝으로, 연구결과를 기술사업화로 연결하는 전문적 기술이전회사 '예다'가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와 사업은 다른 능력이 필요한 별개의 영역이라는 인식 아래 과학자는 연구에만 전념케하고 기술사업화는 '예다'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예다'에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18명의 직원이 특허출원, 기술이전, 창업지원, 자금융자 업무 등을 일사불란하게 지원해 주고 있다.

와이즈만 연구소 성공 비결은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에 여러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먼저, 지금까지의 응용연구 중심에서 탈피하여 기초연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연구 개발비의 기초연구 투자 비중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한편, 새로운 분야에 대한 창의적 연구를 장려하고 도전적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예다'와 같은 전문적 기술이전회사를 국가적으로 많이 육성하여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는 연구에만 전념하고, 개발된 기술은 이들 전문조직을 통해 사업화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창조경제를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철(DGIST 초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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