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뇌종양 재발한 조영진 군

큰 수술 네 번…15살 인생 절반 병원서 보내

조영진 군은 뇌종양이 4번째 재발하면서 더 고통스러운
조영진 군은 뇌종양이 4번째 재발하면서 더 고통스러운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버지 조재경 씨는 8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바깥에 꽃이 예쁘게 피었다는데 아빠랑 꽃놀이 가고 싶어요."

조영진(가명'15) 군은 삶의 절반 이상을 병원에서 보냈다. 나았는가 하면 재발하는 악성 뇌종양 때문이다.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뇌수술과 항암치료를 꿋꿋이 이겨낸 영진이지만, 뇌종양이 벌써 4번째 재발하면서 더 고통스러운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영진이 아빠 조재경(44) 씨는 아들이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지만, 8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용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의연하게 수술과 치료를 버텨내온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돈 걱정에 요즘은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이 오질 않을 정도니…."

◆한 살배기에게 찾아온 뇌종양

돌을 갓 지난 어느 날, 걸음마를 곧잘 하던 영진이는 갑자기 비틀거리며 걷지 못하고 먹은 것을 토하는 증세를 보였다. 작디 작은 영진이의 머리에는 뇌수막염과 함께 뇌종양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겨우 13개월 된 영진이는 결국 뇌수술을 받았고, 200회에 가까운 항암약물치료까지 했다. 영진이는 작은 몸으로 치료를 잘 견뎌냈다. 다행히 소뇌 수술 이후 우려되는 균형장애도 나타나지 않았다.

6살 되던 해, 영진이의 머리에는 다시 뇌종양이 생겨났다. 의료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분야 최고의 교수를 추천했고, 25차례에 걸친 방사선치료를 받으며 뇌종양은 사라지는 듯했다. 건강하게 초등학교에도 입학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영진이의 왼쪽 측두엽에는 또 종양이 재발했다. 완치를 위해 종양제거 수술과 함께 방사선'항암약물치료까지 병행했다. 어른보다 의연하게 치료를 견딘 영진이는 다시 건강하게 학교로 돌아갔다.

초등학교로 돌아간 영진이는 평범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랐다. 친구들과 뛰어놀기를 즐겨했고 무엇보다 축구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갓 학교에 돌아와서는 또래 학습능력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5, 6학년 성적은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1년에 2번씩 MRI를 찍으며 관찰했고, 5년 동안 뇌종양이 재발하지 않아 담당 주치의는 80% 이상 완치라고 봐도 좋다며 함께 기뻐했다.

조 씨는 "병원에서는 완치된 것과 다름없다고 해주니 영진이도 이제 보통 아이들처럼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뿌듯한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4번째 나타나 괴롭히는 뇌종양

지난해 1월 중학교 진학을 앞둔 영진이는 들떠 있었다. 입학식이 한참 남았는데도 아빠를 졸라 교복이며 교과서를 모두 사두고 학교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토하기를 몇 차례 했다. MRI를 찍어보니 그토록 끔찍한 뇌종양은 입학식만을 기다리던 영진이의 꿈을 짓밟았다.

미리 사둔 교복은 입어보지도 못한 채 수술실로 들어갔다.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했지만 종양이 너무 커서 30%밖에는 제거하지 못했다. 1년 동안 약물치료를 하면서 머리카락과 눈썹이 몽땅 빠지고 몸은 앙상하게 말라갔다. 지겹도록 영진이를 떠나지 않는 뇌종양 때문에 올 1월에는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감마선을 사용해 뇌종양을 치료하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까지 받았다.

여전히 영진이의 머리에는 뇌종양이 남아있다. 병원에서는 '고용량 항암치료'를 권했다. 일반 항암치료보다 약이 독해 더 고통스러운 고용량 항암치료이지만 재발이 잦은 영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4월 중순 입원을 앞두고 받은 안내서에서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적혀 있다. 부작용으로 급성신부전증이 나타나거나 신장이 망가져 투석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고, 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들이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을, 영진이도 스스로를 믿는다. 이번 치료만 마치면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아빠와 영진이의 어깨를 짓누르는 치료비용

영진이 가족 앞에 놓인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지금껏 뇌종양이 재발할 때마다 1년에 2천만~3천만원의 돈이 들어 부채가 쌓여 있지만, 이번에는 8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제 겨우 15살, 또래들은 한창 사춘기에 부모님 속을 썩일 나이지만 영진이는 지나치게 어른스럽다. 또래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TV를 볼 때, 병원에 있는 영진이는 책을 읽고 혼자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원과 치료 스케줄을 보호자인 아빠보다 더 잘 외우고 있고, 건강도 스스로가 챙긴다. 그래서 이번에 들어가는 큰돈도 영진이에게는 걱정거리다. 엄마와 이혼한 뒤 홀로 자신을 돌보느라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쫓아다니는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진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중학교는 입학식에 가지 못했지만 매일 동영상 강의로 수업 과정을 공부한다.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고 건강해지면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치르고 고등학교에 가려고 한다. 영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꿈을 위해서다. 바로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다. 아프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돈 걱정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치료만 열심히 받으라고 하시지만 마음이 마냥 편하지 않죠. 아빠는 항상 '우리는 사회적 빚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데 이번 치료를 받고 건강해져서 아빠에게 효도도 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