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슬픈 고래

태평양에 접한 일본 중남부 와카야마현 타이지초(太地町). 해마다 9월부터 3월까지 기이(紀伊) 반도의 작은 만은 붉게 물든다. 학살된 돌고래의 피다.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돌고래가 일본 내에서 연간 2만3천 마리에 달한다고 국제 환경단체는 추산한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도 이런 잔혹한 돌고래 포획을 비판했다. 하지만 일본은 고유의 식문화에 대한 간섭이라며 일축했다. 심지어 수산청 당국은 특수제작된 칼로 순식간에 척추를 잘라 고통이 없도록 배려한다며 새빨간 거짓말까지 늘어놓는다.

릭 오배리, 짐 클락 등 환경운동가들이 2009년 현지에 잠입해 기록한 다큐멘터리 '더 코브'는 슬픈 돌고래에 대한 노래다. 2005년부터 비영리재단 해양보호협회를 설립해 자연환경보호 캠페인 활동을 벌여온 루이 사이호요스 감독은 작살, 갈고리로 잔인하게 죽이는 동영상을 통해 돌고래를 먹을거리로만 인식하는 일본의 편협성을 비판한다. 수은에 중독된 돌고래 고기가 일본 학교 급식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일본인의 식탁에 오르는 해양 포유류는 돌고래만이 아니다.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고래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포경규제조약에 따라 1986년 상업 목적의 고래잡이가 금지됐다. 하지만 일본은 온갖 구실로 해마다 수천 마리의 고래를 남획했다. 연구 목적의 포경에 관한 예외 조항을 악용해 27년간 세계 곳곳에서 고래를 잡아들였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최근 호주의 제소를 받아들여 "일본은 남극해 고래잡이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고래 생식 연구를 빌미로 한 일본의 남극해'태평양 고래잡이가 상업 포경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 정부가 자국 포경선의 고래잡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어떤 공작을 펴고 있는지는 '더 코브'에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국제포경위원회 회원국을 상대로 무상 차관 등을 무기로 압력을 행사해 왔다.

ICJ에서 호주 정부는 남극해 고래의 40%가량이 위험에 처했다고 고발했다. 매년 3천억 원의 관광수익을 올려주는 호주 동부해안의 인기 관광상품인 흰혹등고래가 위협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고래 식용이 존중받아야 할 일본의 식문화라는 억지와 인간과 해양생물이 공존하는 호주의 논리 중 어느 게 타당한가. 일본의 고래 학살은 저급하고 야만적인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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