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철과 함께 달리는 버스 줄인다…연말 버스노선 개편 방향

급행 3번 9.8km·402번 8.8km 3호선과 겹쳐 비효율 운행

대구 도시철도와 시내버스가 서로 겹치는 노선이 앞으로 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핵이 될 전망이다. 버스노선 조정의 초점이 도시철도와 중복되는 구간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연말쯤 개통 예정인 3호선은 물론 기존 1, 2호선과 연관된 버스 노선들도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3호선과 겹치는 칠곡'범물 버스 노선들

대구 북구 칠곡과 수성구 범물 지역을 오가는 시내버스 노선은 모두 35개다. 도시철도 3호선과의 중복도(전체 편도 길이 대비 중복 구간 비율)는 평균 10% 내외다. 10%가 넘는 노선은 14개나 되고 35%에 이르는 노선도 있다.

급행3(범물동~칠곡 동명)은 전체 편도 구간 28㎞ 중 9.8㎞가 3호선과 겹친다. 이 버스는 3호선 중복 구간의 길이도 다른 버스와 비교해 가장 길다. 급행3과 3호선이 겹치는 구간은 공단역~서문시장역(7개 역), 수성구민운동장입구역~용지역(7개 역) 등이다. 이외에도 매천농수산물시장역과 태전역 인근(반경 100m 이내)을 지나기 때문에 사실상 3호선 30개 역 중 절반이 중복된다. 특히 이 버스는 칠곡에서 북구청을 거치거나, 범물동에서 황금동과 범어동을 지나오는 승객 중 상당수가 시내 부근에서 하차하는 경향을 띤다. 이러면 교통 수요가 3호선과 많은 부분 겹치게 된다.

402번은 중복도가 34%(26㎞ 중 8.8㎞)로 높고 굴곡도 심하다. 범물동에서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까지 이어지는 이 노선은 전체적으로 누운 'S'자 모양이다. 이 중 3호선 서문시장역에서 수성못역까지 무려 11개 역을 연속으로 같이 달린다.

굴곡이 더 심한 427번(수성구 두리봉터널~동명, 중복도 19%)은 3호선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뱀처럼 꼬불꼬불 이어져 있다.

◆1'2호선과 나란히 달리는 버스들

1'2호선과 50% 이상 겹치는 시내버스 노선은 649, 805, 425, 309, 509번 등 5개다. 이 중 649번(달서구 대곡지구~경산 압량면 금구리)은 31㎞ 중 약 25.4㎞가 도시철도와 겹친다. 중복도가 무려 82%로 사실상 도시철도 위를 달리는 셈. 649번이 중복으로 운행하는 25.4㎞ 중 2호선은 16.7㎞, 1호선은 8.7㎞다. 이 중 2호선은 영남대역~반월당역(13개 역), 1호선은 반월당역~상인역(10개 역) 등이 연속으로 겹친다.

805번 역시 33㎞ 운행구간 중 1'2호선을 합쳐 18.8㎞(57%)가량이 맞물려 있다. 동구 반야월역에서 달성군 다사읍까지 안심로와 국채보상로, 중앙대로, 대명로, 달구벌대로 등을 지그재그 운행해 1'2호선의 19개 역을 거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509번(계양동 방면)은 2호선 정평역~이곡역 사이 17개 역 가운데 4개 역(대구은행역~신남역)을 제외하고는 도시철도와 같은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시, "중복도 외 여러 요인 고려할 것"

대구시는 노선 개편에 신중한 입장이다. 물리적인 중복도만을 고려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시는 중복도가 높다는 이유로 수요가 많지 않은 노선을 억지로 바꾸면 개선 효과는 적고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승객 수요가 얼마나 겹치는지를 따지고 있다. 또 운행 대수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로 노선을 조정했을 때, 운행거리가 줄면 배차간격도 줄어 이용에 편리하지만 반대로 운행거리가 늘면 배차간격이 길어진다는 점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달구벌대로와 월배로, 화랑로, 팔달로 등 도시 외곽 도로는 노선을 옮길 만한 인근의 대체 도로가 한정돼 있다. 이 상태에서 도시철도와의 중복을 피하려고 노선을 무리하게 바꾸면 자칫 굴곡이 심해져 전체 운행거리는 길어지고 운행속도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중복되는 구간이 많다고 무조건 노선을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 3호선이 개통하면 버스에서 도시철도로 옮겨갈 수요까지 예측해야 한다. 앞으로 늘어날 수요까지 반영해 개편안을 짜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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