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추락한 북한 소형 무인기는 청와대 바로 위를 비행하며 근접 사진 촬영을 했다. 배터리에 북한식 날짜 표기법인 '날자'가 명기되어 있는 북한의 무인기는 사전 입력 정보에 따라 파주 인근부터 사진 촬영을 시작했고, 청와대와 경복궁 바로 위 1㎞ 고도에서 시속 100㎞ 속력으로 20초간 비행했다.
대한민국의 핵심 방위 대상이자 대통령 거처를 무방비로 날아다니며 촬영을 해도 국방부와 국가안전 담당 부처는 깜깜했다. 아무것도 몰랐다. 마치 북한군이 남한 군대까지 찾아와서 '똑똑' 노크 귀순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농락당하고도, 책임회피성 발언만 쏟아낸다. 첨단 장비 타령만 하더니, 구식 무인기에 영공을 다 내주고, 대통령까지 위기에 처할 뻔했다. 믿을 수 없는 국방부다.
북한 무인기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을 여러 차례 횡단한다. 물론 비서실과 출입기자 공간인 춘추관도 촬영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사진촬영만 한 것에 감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만약 북한 무인기가, 폭탄이나 생화학 무기라도 터뜨렸다면 어떻게 될 뻔했는가. 지금까지 북한은 대부분 우리 국방의 허를 찌르는 기습공격으로 치명타를 입혀왔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청와대에 근접하지도 않았고, 사진도 선명하지 않다고 우겼다. 3~4년 전에 제작된 구식이고 그저 아마추어적인 수준의 동호인들이 띄운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야말로 국방부 발(發) 웃지 못할 코미디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파주와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플라스틱 계열의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진데다, 날개의 크기도 작아서 레이더에 잡히지도 않는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도대체 국방부는 뭘 했나. 이번에 떨어진 무인기는 이미 몇 년 전, 북한의 무기 열병식 때 등장한 무인기와 비슷한 색상과 문양을 지니고 있는데도 처음에는 대공 용의점이 없다는 안이한 대북관을 노출했다. 북한이 무인기를 만들어내는데 우리는 왜 그를 막을 무기를 만들지 못하는가.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다. 초고가 무기를 수입할 생각만 했지, 정작 우리 기술로 안보를 다질 무기 생산에는 관심이 없었던 거다. 국방부는 정녕 하늘에 그물을 치지 않으면 북한 무인기의 기습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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